남편 여읜 여인의 애달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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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소리연구회 7일 절부암서 ‘망부’ 음악회
옛날 한경면 용수리(지삿개)에서 고(高)씨 처녀와 강사철이란 총각이 서로 사랑해 결혼했다.

그런데 아뿔싸, 결혼 2∼3일후 차귀섬(竹島)에서 대나무를 베어와 바구니를 엮어 생계를 유지하던 남편 강씨가 그만 풍랑을 만나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아내 고씨는 남편시체라도 찾으려고 매일 바다에 나갔지만 허사였고 그러다 3달 후 해안절벽 나무에 목을 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남편 시체가 바로아래 바닷가에 떠오르는 게 아닌가. 희한한 일이어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됐다.

신재우란 이도 소문을 듣고 과거에 급제 후 열녀비를 세워주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매번 낙방한 신씨, 어쩌다 점괘를 받았는데 ‘한 여인이 늘 뒤를 따라 잘 모셔야 급제하겠다’고 했다. 여인이 누군지 도무지 알길 없던 그, 어느 날 동네이웃과 객담을 나누던 중 우연히 고씨의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불현듯 자신의 공언이 떠올라 고씨의 묘소를 찾아 참배를 올렸다.

신묘하게도, 그일 후 신씨는 과거에 급제해 대정현감으로 부임했고 조정에 상소를 올려 약속대로 고씨의 열녀비를 세웠다. 주민들에겐 100냥을 줘 매년 3월 15일에 부부의 제사를 지내게 했다. 이후 고씨가 목매단 절벽은 절부암(節夫岩)이라 불렸다.(진성기의 ‘제주도전설’에서)

애달픈 전설을 간직한 이 절부암 앞 광장에서 7일 ‘망부(望夫)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동굴소리연구회·제주소리연구회가 주최하는 2008 찾아가는문화활동으로, 마침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매년 단 한번 해후상봉하는 칠월칠석이라, 사랑의 의미가 한층 깊게 다가온다.

이날 합창·이중창·여성독창·앙상블·남성독창 등을 통해 애틋한 사랑노래들이 불려 부부의 혼을 위로한다. 바위고개·님이 오시는지·못 잊어·그리워 그리워·추억·한밤의 세레나데·어디로 갈거나·한오백년…. 고훈식 시인과 김준수 무용가도 시낭송과 공연을 선보인다.

동굴소리연구회 대표 현행복 성악가는 “칠월칠석날을 맞아 인간의 정리(情理)상 만남과 이별을 떠올려본다.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의 여운을 담은 전설을 간직한 절부암에서 남편 여읜 여인이 지아비를 떠올려 가슴 저미며 불렀을 망부의 노래를 상상해본다. 그들 부부의 혼을 불러 새삼 위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향후 절부암 축제로 발전이 모색된다.

공연시간 오후 7시 30분.

문의 (743)9793.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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