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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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필자가 코흘리개 어린 시절 처음으로 본 책은, 흰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막내누님이 내 머리맡에 살포시 놓아 준 북구 동화집이다. 빨간색 겉표지가 어찌나 예쁘던지 내용은 안 보고 품에 안은 채 밥 먹고, 옆구리에 끼고 놀고, 잘 때도 꼭 끌어안고….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다가 어느 날 한 권을 겨우 다 읽었을 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가장 소중한 기억 중에 하나다.

스크루지 아저씨, 아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아름다운 별 이야기….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닷속 용궁도 들어가 보고, 무엇이든지 가능했던 어린 시절의 무한한 상상의 세계….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많은 꿈과 희망을 간직케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책이 하도 귀해서 동화책 한 권으로 동네 아이들을 일렬로 데리고 다니면서 골목대장 노릇도 했는데…. 책의 위력인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혼자 미소를 짓는다.

책이 나달나달 다 닳아빠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온 세상이 그리고 모든 꿈이 그 동화책 한 권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지금도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해 보지만 그때 처음 느낀 감동과 전율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지금은 훌쩍 커버렸지만 딸아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간직하게 하려고 책을 많이 사 주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 아빠가 느낀 감정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귀한 것이 보배라던가….

푸른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행사가 많지만 어린이날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니 우리나라 1년 중 제일 귀한 날로 정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꿈과 미래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날에 공교롭게도 자기방어에 약한 어린이들의 사고가 다른 어떤 날보다도 많다. 일부 어른들의 장삿속에 찌든 졸렬한 행사와 조잡하고 허술한 놀이기구에 너무 많은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세상을 달리 하는 것을 보면서 어린이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지금이라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일 중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의 제공도 중요하겠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 아닌가 싶다. 자료를 보면 어린이도서관의 수가 유럽은 1만명당 1개이고, 미국은 2만5000명당 1개인 데 비해서 한국의 경우 지방은 전무한 상태이고, 서울은 인구 1000만명당 38개밖에 없다.

100만명당 3.8개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알아준다고 하는데, 어린이 도서관의 수치로 보면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한국 어린이 1인당 학교교육 외에 적으면 4종류에서 무려 9종류의 과외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크나큰 문제점으로 심각한 사회 병폐이다. 적성에 맞건 안 맞건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하고, 그저 남에게 뒤질세라 아이의 능력 이상으로 짐을 지우니 우리의 어린이들이 애처롭기만 하다. 드높은 교육열에 비하면 어린이도서관의 수는 참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읽은 책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책과의 첫 만남에서 엄청난 정신적 힘이 축적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 느낌과 감동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영양분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여, 어린이의 손에 책을 쥐어주자.

그리고 자율적이고 정서적이며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사색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지어주자.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민 모두 벽돌 한 장씩 모아서 동네마다 어린이도서관을 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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