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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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담뱃값 인상이 있을 때 한 노인이 당시 500원 하던 솔 담배를 100만원어치 이상 사재기했다. 매일 나가는 담뱃값도 솔솔찮아 담뱃값 인상 기회에 몇 년 피울 담배를 한꺼번에 사 모아야겠다는 요량에서다.

그러나 웬걸 막상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는 날 솔은 200원으로 300원 내려버렸다. 졸지에 60만원 이상 거금을 손해 본 이 노인은 홧병으로 병원에 누워버렸다.

이러한 사실이 신문을 통해 보도되자 전매청(현 KT&G) 직원들이 모금운동을 전개, 위로금을 전달해 뉴스를 탔음은 물론이다.

얼핏 애연가가 아니라면 이해가 안 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매일매일 2000원 내외의 담뱃값을 대야 하는 애연가의 입장에서 보면 남의 일은 아닌 듯싶다.

내년부터 또 담뱃값이 오른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금연 분위기 정착을 위해 담뱃값을 3000원대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관련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담뱃값은 앞서 말한 200원짜리 솔 담배도 있지만 대략 1500원에서 2500원선. 8000원에서 1만원대인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 값이 싸다보니 호주머니 사정은 신경쓰지 않고 쉽게 사서 피워 금연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판단인 듯싶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담뱃값 인상이라는 인식을 지워버릴 수 없다.

비싼 담배를 피워 돈을 낭비하고 건강을 해치기 싫으면 끊으면 그만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국민소득이나 국민정서를 감안했다고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담배에는 교육세와 지방자치단체가 가져가는 담배소비세, 그리고 여기에 별도로 지방교육세, 10%의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2001년 통계를 보면 전체 담배판매액의 65%에 해당하는 3조453억원이 담배 관련 세금과 부담금으로 납부됐다.

국민들이 한줌 연기로 날려버린 것에 비하면 이 정도도 큰 돈이다.
또 하나 선진국 담뱃값 비교에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비슷한 세율이라도 우리나라보다 담뱃값이 비싼 이유로 원가가 더 비싸다는 것이다.

벌써 온라인에서는 애연가들과 비흡연자들 간에 열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더는 개인 기호품에 대한 간섭을 하지 말라”라는 성토부터 “간접흡연의 폐해를 보면 1만원 올려도 시원치 않다”는 반박에 이르기까지 연일 들끓고 있다.

어쨌든 보건당국에 진실로 바라건대 잠시 숨을 몰아쉬고 담배나 한 대 피우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담뱃값 인상 정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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