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하락과 수입개방 확대로 농심(農心)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입도 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체작물을 재배하고 싶어도 마땅한 작물이 없다.
중국산 마늘 수입자유화 여파로 농민들의 농산물 생산의욕은 말이 아니다. 당근, 양파, 무, 배추 등 채소류 재배면적이 줄고 있는 가운데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들도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농협 제주지역본부가 도내 채소류 재배 동향을 파악한 결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작년 산지 폐기로 인한 시련이 컸던 데다 마늘 수입개방으로 재배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수입개방 등으로 인한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생산비도 건지지 못해 애써 가꾼 농산물의 산지 폐기를 가장 가슴 아파하고 있다. 소득 보장은커녕 버릴 농사를 애써 지을 필요가 없다는 농민이 늘고 있다.
도대체 제주도 농정은 무얼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다 농사가 잘 돼 소득이 높아지면 농정의 공(功)으로 돌리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과잉재배 또는 수입개방 때문이라는 등 농가 잘못과 정부 탓으로 돌려버린다.
사실 농민은 열심히 농사만 지으면 된다. 경쟁력 있는 소득작물을 개발하고 농가에 보급하는 것은 도정의 몫이다. 또한 전국의 농작물 재배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농가에 알려 농사에 참고토록 하는 일도 농정이 할 일이다.
물론 농정 당국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농민들의 불만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지자체의 농정만 믿고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격 하락, 판로난 등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농협 역시 신용사업과 위판사업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농가의 생산의욕 고취를 위한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생산한 농산물을 위탁받아 판매만 하면 그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값을 받아 농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느냐는 게 중요하다.
도는 위기에 직면한 본도 농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땅한 대체작물이 없어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대체작물 보급과 적정재배, 판로 대책 등 농협과 연계한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본도 농업은 경제 농업이다. 농업이 쓰러지면 제주 경제도 휘청거리게 된다. 도는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