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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이라는 말은 제주 고유의 방언으로, ‘뭉을 쓴다’라는 말 속에는 ‘어떤 일을 끝까지 고집스럽게 버티어 나간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를 벗어나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고집 부린다’라는 뉘앙스까지 풍기는 말로서 매우 함축성 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현 정권이 지금까지 중요한 정책에서 ‘뭉’을 씀으로써 정책을 수정 또는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정권기간 내내 애물단지로 따라다니면서 비판의 대상이 된 정책이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많은 반대와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뭉’을 쓰면서 강행한 의약분업정책은 국민의 불편은 물론이고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의 증가뿐 아니라 의료보험공단의 재정 적자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었어도 정책에 대한 수정이나 책임지는자 한 사람 없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뭉’ 쓰고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교원 정년 단축문제와 조기 퇴직으로 새로운 고용 창출 및 재정 절감을 내세운 정책도 교원수급 문제를 무시하고 ‘뭉’으로 강행한 결과는 퇴직 초등교원의 재고용이라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고 있는 실정이며,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의 투입도 보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강행한 결과 그 효율성이 떨어지고 회수가 불가능한 많은 기업들에 쏟아부은 돈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도 책임 질 사람 하나 없고 ‘뭉’으로 뭉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 서해교전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국방 의지까지 의심될 정도로 미흡하면서도 실패한 햇볕정책의 수정과 포기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여론을 우이독경(牛耳讀經) 식으로 흘려버리고 햇볕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바로 ‘뭉’을 쓰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결고리를 지키기 위한 집착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두 아들의 비리에 관한 보고가 없어 관리를 못했다는 해명을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삼남 홍걸씨의 비리 추적 과정에서 나타난 포스코 사장과의 만남에서 이희호 여사가 동행했다는 설 하나만으로도 석연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질적 경영을 맡아온 홍업씨의 비리는 바로 아태평화재단의 비리로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재단의 존속을 천명한 것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이 국가에 귀속된 예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역사가 잘 말해 주고 있는 데도 ‘뭉’을 쓰고 있는 것이다. 비리 연루 의혹 또는 정책 실패로 물러선 인사를 재기용하는 사례뿐 아니라 작금에 도덕적인 문제가 야기된 여성 총리의 임명 동의 강행에 ‘뭉’만을 쓸 것이 아니라 임명권자뿐 아니라 총리 예정자도 국가와 국정 수행을 위해서 어느 것이 취할 일인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용퇴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에 대한 잦은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수행 중에 잘못이 있다면 진솔하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결단은 국민들의 동감을 불러오는 반면, ‘뭉’을 쓰고 밀어붙이면 비판의 목소리만 커질 뿐 국정 수행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뻔한 일이다. 남은 기간에도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며 국민 공감의 정책을 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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