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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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슈퍼박테리아가 심심찮게 거론된다. 약발이 먹히지 않아서, 이런 저런 항생제 처방으로도 제거하기 어려운 세균들이다. 발생원인? 항생제의 오.남용? 항생제가 세균에 투여되어도 세균 중의 극히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 생존자는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는 변이종이다. 변이종의 탄생은 자연현상이다. 슈퍼박테리아는 변이종이다.
생활환경을 구성하는 요소가 생물체의 생존에 압력으로 작용하면, 생물체는 그 압력을 제거하거나, 피하거나 또는 참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생물체는 환경에 알맞게 적응하고 변이한다고 이미 오래 전에 저명한 과학자들이 언급한 바 있다.
인간도 생물체의 일종으로서 주어진 생활환경에 적응하고 변신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고집이 세다, 주장이 강하다, 의리가 있다, 융통성이 없다’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와 반면에,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재빨리 변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성이 좋다, 아부한다, 거짓말쟁이다, 믿을 수 없다’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생물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후자가 자연현상에 가깝다.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순간순간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생물체의 생리현상이다. 그러니, 세상 사는 편리한 방법 중에 하나는 이따금씩 인간임을 잊어버리고, 단순한 일반생물체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슈퍼박테리아처럼 온갖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환경에 적응하고 변신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것은 개인차가 큰 재능이기도 하다. 나도 미력한 생물체의 하나로서 잠시나마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하여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생존의 압력인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는 것도 적응의 방법이다. 변신의 재주가 부족하니, 적응의 재주라도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적응의 한 방법은 ‘그대 있음에’이다.
내 생활 반경 안에서 맴도는 고등학교 동기가 있다. 우연히 같은 반으로 편성되는 바람에 만나게 되었던.
나는 비교적 자주 아파서 병원과 약국 신세를 많이 지고 산다. 그러니 믿음이 가고, 궁금한 것을 부담없이 물어볼 수 있는 상담원이 필요하다. 몸이 불편해 달려가서 물어보면 흐트러지려는 내 삶을 붙들어주는 기둥이 있다. 그 친구는 의사다. 문자 그대로 서비스 맨이다.
한 녀석은 나의 팬이다. 그는 문인이다. 그는 미천한 나를 평하여 대단한 글쟁이라고 치켜세운다. 이 글을 읽고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으렸다? 그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나 않았으면 한다.
한 친구는 같은 직장 내 울타리에 산다. 그에게서는 인간미가 넘쳐흐른다. 겸손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 그리 살면, 인생이 편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거기에는 아름다운 낭만도 숨어있다는 것을 실체적으로 보여주며 살아간다.
가뭄에 콩 나듯 이따금씩 만나 술 마시는 동무도 있다. 이따금씩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아름답더라. 그는 내 의식 속에 숨어있는 더러운 욕의 배설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하늘을 향해서 돌팔매질하라고 나에게 돌을 쥐어 준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음은 내 몸을 살펴주고, 미력한 것도 격려해주고,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더러운 입을 씻어주는 네 사람의 몫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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