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마늘분쟁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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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중국산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연장해 달라는 농협중앙회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냉동.초산마늘에 대해 수입을 자유화한다’는 2000년 7월의 한.중 양국 간 마늘 합의 부속서 내용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 자유화가 사실상 불가피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2년간 수입제한조치 연장 불가 합의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마늘 재배 농가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중 마늘 분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국가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번 마늘 분쟁은 2000년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 주요 마늘 재배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중국산 마늘 수입 증가에 따라 국내산 마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 11월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잠정 인상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아니었던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경 보복조치를 취하였고, 결국 마늘 수입제한으로 인한 중국측 피해 1500만 달러에 비해 우리나라는 5억 달러의 큰 피해를 보는 상황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이후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우리측 협상책임자의 협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중한 검토 없이 결정된 정책이 대내.외적 정책 환경과 산업 전반에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부의 정책 결정과 운용에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번 마늘협상 논쟁의 핵심은 협상의 결과를 국민과 농가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이프가드는 한시적인 수입제한조치를 통해 관련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필요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책적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마늘 농가들이 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불가 사실을 알지 못하여, 수입 자유화에 대비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지난 2년의 시간을 낭비한 결과를 낳았다. 결국 농민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 내용을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적당히 넘어가려 했던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정책과정에 대한 불신감만 높인 것이다.
셋째, 대외정책 운용에 분야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통상교섭본부를 제외한 관련 정부 부처들이 ‘2003년부터 냉동.초산마늘에 대해 수입을 자유화한다’는 한.중 양국 간 마늘 합의 부속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거나 통상업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상협상에는 통상교섭본부는 물론 농림부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함께 대표단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마늘 분쟁의 주무 부처인 농림부조차 수입 자유화 합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는 대외통상에 관련된 정부 부처와 농협중앙회 등 기관들이 국제통상에 관한 법률적 이해와 대외교역에 따른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외통상관계에 관련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분야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여, 구체적인 연구와 분석에 근거한 정책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 연장 기각 결정은 제주도의 마늘 재배 농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제주도는 통상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며 앞으로 중국의 농산물 수출 증가에 따른 농업 구조조정 방향을 정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다시 농산물 통상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단기적 정책결정의 오류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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