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서 샤우팅하던 '제주소년' 록 지존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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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대디' 리드보컬로, 최근 솔로앨범 발표한 제주출신 록커 한라산

“제주 바닷바람에 맞서 내질렀던 샤우팅이 제 록의 출발이죠.” 5인조 록밴드 ‘화이팅 대디’의 리드보컬로 지난달 첫 솔로앨범 ‘I’m 랏싼’을 발표한 록커 한라산(32)은 당당하게 제주출신을 밝힌다.

한라산이 본명이니, 숨길 재간도 없다. “아버지가 최고가 되란 뜻으로 지었대요.”

앨범타이틀의 ‘랏싼’은 이름을 센 어조로 부른 표기로 곧 별명이다. 밴드활동하며 솔로도 병행, 최근 공중파에 데뷔하며 대중을 향해 나래를 편 그가 10.11일 고향을 방문했다.

“제주사대부고를 나와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거쳐 연세대대학원에 다니다 휴학했어요.”

고교시절 록 가수를 동경한 그는 용두암 해안에서 쩌렁쩌렁 노래를 내질렀던 게 지금 발성의 밑거름이 됐다고 확신했다. “그땐 록이 최고였어요. 바다를 향해 쇳소리 지르는 게 일과였죠.”

가수를 향한 질주는 대학 때 본격화했다.

한라산은 “홍익대밴드 ‘뮤즈’에서 활동했고 대학원 땐 유명작곡가의 제안으로 음반 발매를 시도했는데 음반시장 불황으로 불발됐다”며 “이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다녔고 2006년 ‘화이팅 대디’ 원년멤버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오디션에서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보컬로 선발됐다는 첨언.

이미 10여 년간 홍대무대를 누빈 그는 침체된 록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간결하고 깨끗한 고음이 필살기다.

그러나 삶과 노래의 영역은 엄연히 별개인 법. 이립을 넘긴 인생행로에서 노래가 과연 취미냐 직업이냐를 놓고 기로에 선 그는 주변충고를 물리치고 꿈을 좇아 록커의 삶을 선택했다.

이번 솔로데뷔는 노래인생 투신의 신호탄이다. 꿈이 야무진 건 당연지사.

“첫 앨범은 풋풋한 감성을 앞세워 다양한 계층에 다가설 수 있도록 기획했죠. 궁극적으론 정통 록을 추구할 겁니다. 아이돌그룹에 지친 음악팬들에게 진한 흑맥주 같은 음악을 선사해야죠. 록 전성시대를 부활시키고 해외에도 진출해야죠.”

‘화이팅 대디’는 어떨까. “1980.90년대 포크 록을 기본모토로 지향하되 하드록 접목으로 록음악의 흐름을 반영, 실력파 록밴드로 자리매김 한다”는 청사진이다.

벌써 내년 상.하반기 솔로 2집.밴드 3집 발매, 근년 일본 진출계획 등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의 뇌리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도 각인돼 있다.

‘한라산’이란 이름 때문에 에피소드도 많았다.

“일단 가명으로 봐요. 또 가수라고 하면 트로트부터 떠올리고요. 백두산 아류냐는 사람도 있었죠. 요즘 최고인기인 트로트가수 P씨의 데뷔 전에 그쪽 기획사에서 트로트 전향제의를 받기도 했어요. 거절했죠. 록 특유의 음악적 고집이 세잖아요.(하하하)”

여태 한라산은 본명이 아니라고 믿는 주변음악인도 꽤 있다고. ‘화이팅 대디’도 오십보백보로 괜히 ‘중년’ ‘아마추어’ 등이 연상된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본명’에 걸맞게 한라산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음악계에서 제주출신이란 점은 득보다 실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제주의 아들이란 정체성을 떳떳이 밝힐 뿐”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지역으로 부각되는데 전 한국에서 가장 끈끈한 연대감으로 결속된 공동체란 점에 방점을 찍죠. 도민도 소외된 게 아니라 자립적인 거죠.”

오는 12월 31일, 한라산은 한라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열고 자신의 유전자의 근원인 제주 팬들에게서 미래를 검증받을 계획이다.

‘제주소년의 꿈’이 어떻게 영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나 잊혀졌던 꿈을 느꼈죠. 아무도 막지 못했던 외롭고 힘들었던 꿈. 불타는 조명 아래서 타오르던 나의 노래가 닫혀진 세상의 문을 하나씩 열어 하나씩 열어 볼 거야…’

앨범 ‘I’m 랏싼’ 수록곡인 ‘제주소년의 꿈’의 노랫말이다. 실제, 그의 꿈의 투영이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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