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처럼 세상 향해 포효하세요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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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경인년 백호띠해 이야기] 용맹 위엄으로 살아갈 때 두려울 것 없어
▲ 범섬 전경.

서귀포시 법환동 앞바다에 호랑이를 닮은 섬 하나가 둥실 떠있으니, 이름 하여 범섬입니다. 달리 호도(虎島)라 불리지요.

아담한 무인도로 남북 580m, 동서 480m, 최고점 87m, 둘레 약 2㎞입니다. 섬 중앙은 편평하며 언저리엔 깎아지른 해식절벽이 발달했고 용천수도 솟는답니다.

‘해식쌍굴’도 유명한데 제주를 창조한 거구의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고 누울 때 두 발가락이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재밌는 전설이 서려있습니다.

범섬은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고, 고려 최영 장군이 원나라 목호(牧胡)들을 섬멸한 무대이기도 하답니다.

2010년은 경인(庚寅)년, 호랑이띠해이기에 새삼 범섬을 거론해 봅니다. 새해는 특히 경(庚)이 서쪽.금(金)을 뜻하고 오행에서 금은 흰색이어서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白虎)띠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숭상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인도의 코끼리, 중국 용, 이집트 사자처럼 조선의 첫째 신성한 동물은 호랑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호담국(虎談國)’이란 조선의 별칭도 같은 맥락입니다.

왜 안 그럴까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들먹여야 비로소 시작되던 옛이야기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란 우화 속 대사는 호랑이를 향한 국민적 애정의 징표지요.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2001년 이래 축구국가대표팀의 호랑이 엠블럼 등으로 바통은 내리 이어졌습니다.

아무래도 호랑이 숭배는 한반도DNA에 각인된 셈이지요.

백호는 황갈색의 일반 호랑이와 달리 흰털바탕에 초콜릿색 줄무늬를 띱니다. 또 백호의 푸른 색 눈과 분홍색 코도 갈색 눈과 검은 코를 가진 황호(黃虎)와 대별되는 대목입니다.

원래 상상의 동물이던 백호가 현실세계에 등장한 것은 1951년, 히말라야에서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되면서부터랍니다. 이후 백호는 짝을 맺어 유전자를 퍼트렸다지요.

백호 유전인자는 열성이어서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황색 우성인자만 지닌 일반 호랑이사이에선 태어날 리 만무합니다. 다만, 흰색 열성인자를 보유한 암수호랑이에게선 25% 확률로 백호가 태어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백호가 처음 들어온 때는 1990년 10월입니다.

미국 신시내티동물원과 일본 오하마동물원에서 각각 암수 1쌍과 수컷 1마리가 자연농원(에버랜드)에 도입돼 한국은 세계 5번째 백호 보유국이 됐답니다.

당시 백호를 보면 운이 트인다는 속설이 급속도로 퍼져 사람들이 백호 우리 앞에 넙죽 엎드려 소원을 비는 진풍경이 속출했었다는 배꼽 잡는 일화도 전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호는 성질이 온순해 웬만해선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습니다. 또 단독생활로 협동에 약한 보통 호랑이와 달리 잘 뭉치고 우애도 두텁답니다.

하지만 반드시 싸워야 할 땐 백호는 맹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 백수의 제왕으로서 위엄을 지킵니다. 신성시 될 만하죠?

새해 자체가 그러하거니와 신성한 백호띠해라니, 사람들의 표정은 한층 기대감으로 충만합니다. 벌써 출산 붐도 점쳐집니다.

하나, 꿈과 현실은 별개인 법.

세상은 격동과 격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상불, 나라 안팎으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불문하고 현안이 산적합니다.

이즈음에 우리 모두 내면에 백호 한 마리씩 키워보면 어떨까요.

온 도민이 호랑이의 덕목인 용맹과 위엄을 지키며 세상풍파를 헤쳐나간다면 그리 두려울 게 없을 것입니다.

전 국민이 늘 깨어있는 호랑이의 서늘하고 비장한 눈빛으로 사회곳곳을 주시한다면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온갖 부정부패의 사슬이 말끔히 척결돼 희망의 나라로 성큼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응당, 사회동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어온 ‘호랑이 없는 골의 토끼’ 격의 위정자 나리들도 더 이상 발붙일 틈이 없지 않겠습니까.

끝으로, 훗날 제주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이자 세계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굳센 믿음을 전제로 ‘범섬의 전설’을 새로 써봅니다.

‘21세기 첫 백호띠해에 범섬의 정기를 물려받은 범 탄 장수가 제주에 등장해 사회 갈등과 분열을 보듬고 중흥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합니다….’

바로 도민 여러분 가슴속의 염원이 아닐는지요.

모쪼록 한해 가내 평안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총총.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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