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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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철마다 피고 지는 것이 야생화다. 우리의 산과 들에는 산꽃 들꽃이 지천이다. 모두가 제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달님 같고 별님 같은 순수 토종들이다. 야생화가 숨어있는 숲길은 자연의 빛깔과 향기가 물씬 깃들어 더욱 아름답다. 옛 어른들은 숲에 드는 순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라고 가르쳤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만하다. 몇 년 전부터 ‘바이오매스’라는 산림천연자원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찬찬히 숲길 걸으며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산림치유가 그 것이다. 요즘 산행 흐름도 무리를 않는다. 이름 하여 생태숲 탐방이 뜨고 있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과 서귀포시 자연휴양림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다.

▲제주도에는 또 하나의 명품 숲이 자리매김 중이다. 5·16도로 해발 600m 자락에 위치한 한라생태숲을 말한다. 지난해 9월 개원했으니 벌써 1주년이다.

그러나 한라생태숲의 어제와 오늘은 훼손되고 방치됐던 황무지를 생명의 숲으로 회복시킨 연구사 등 직원들의 노력이 녹아난다. 면적이 196㏊에 달하는 이곳은 조선시대 당시 사설 목마장인 산마장이었다. 1960년부터는 개인에게 임대돼 목장으로 쓰였다. 하지만 축산업이 중단된 후 오랫동안 방치됐었다.

이후 제주도는 생물종 다양성 감소와 식물의 멸종위기 복원에 나섰다. 지난 1997년 전국 최초로 생태숲 조성계획을 수립한 것은 그런 일환이었다. 2000년 착공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식물상만 760종이 넘는 등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시간에 지인들과 함께 한라생태숲을 걸었다. 원래는 삼의오름 트레킹을 계획했다. 하지만 비 날씨로 돌아갈까 하다가 자판기 커피 맛이 일품이라는 일행의 추천으로 한라생태숲길을 찾게 된 것이다.

안내소를 거쳐 관리사무소를 지나는 순간, 여직원이 우리들을 불렀다. 다정한 표정으로 사무실 커피도 맛있다며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반갑게 의자를 건네기까지 했다. 우리 일행 4명은 사무실 커피 맛에 흠뻑 젖었다. 이 뿐만 아니었다. 직원들은 자체 제작했다며 ‘자연 속 편안한 쉼터-한라생태숲 이야기’ 책자도 나눠주었다. 우리의 고맙다는 인사가 부족할 따름이었다. 당연히 자판기 커피는 잊었다. 이윽고 한라생태숲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눈높이를 생각해 보았다. 숲길은 빨리 걷지 말고 눈높이를 낮출 때 숲의 속살이 보인다고 한다. 직원들의 친절은 한라생태숲을 가꾸는 눈높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 한라생태숲 이야기는 계속된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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