俗態·惡態·醜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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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1741~1793)는 조선후기 대실학자이자 명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다. 그는 선비의 됨됨이를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했다.
첫째는 어떤 책을 읽는 가, 둘째는 존경스런 인격자를 어떻게 대하는 가, 셋째는 올바른 충고에 대해 어떤 반응하는 가였다.
그러나 관대함과 게으름, 강직함과 과격함, 줏대 없이 뒤섞이는 것과 화합하는 것도 가려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사람을 볼 때 장점만 생각하지 않고 단점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선비정신을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선비는 학문을 닦은 사람의 예스러운 표현이다. 조선시대엔 지도층을 지칭했다. 당연히 선비정신은 지도층의 규범이었다.


▲이덕무의 많은 저술 가운데 ‘사소절(士小節)’이란 책이 있다.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가 피폐해져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후학들을 일깨우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사소절’은 선비의 작은 예절을 뜻한다.
그 첫머리는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로 시작한다. ‘상대방이 신이 나서 이야기 하면 아는 이야기라도 끝까지 들어주라’거나, ‘얇은 옷을 입은 사람 앞에서 춥다고 하지 말고, 굶는 사람 앞에서 음식에 불평을 하지 말라’ 등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생생한 경구다. ‘작은 예절’이라 하기엔 뜻이 너무도 깊고 크다.


▲그러나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선비정신이 부끄럽다. 고상하지 못한 모습인 속태(俗態), 더러운 행태인 악태(惡態), 추악한 행태인 추태(醜態)로 도배되고 있어서다.
우리 고전에도 이런 행태를 다룬 풍자적 글들이 많다. 이를 테면 ‘빈궁한 처지를 돌봐주지도 않던 사람이 “살림은 어떻게 꾸려가시는 지요”라고 묻는다’면 속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장황하게 말하며 남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악태, ‘남의 빈 벽에 제멋대로 침을 뱉는다’면 추태라고 했다. 옛 사람들의 지적은 오늘날 모습과 판박이다.
우리사회의 지도층 가운데 속태·악태·추태의 선봉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진정성도 없어 보이고 동기의 순수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그래도 국민들은 국회 유린을 반성하는 한나라당 22인의 결의를 지켜본다.


김범훈 논설실장 kimb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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