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혼(回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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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선 어떤 노부부가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생맥주와 치킨으로 서로의 미래를 기원하자고 제안했다. 호프집에서 할아버지는 마지막 인심을 쓰려는 듯 할머니한테 자신이 좋아하는 닭다리를 주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갑가지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지금까지 나랑 살면서 아직도 내가 닭다리보다 닭 날개를 더 좋아하는지를 모르고 있어.”

세상에는 기적과 같은 일이 많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해 같이 살고 같이 늙어간다는 것만큼 기적적인 일은 없다고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이런 결혼과 사랑에 관한 지침서다. 남녀의 차이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부가 살다보면 깨소금처럼 고소한 냄새를 풍기지만은 않는다. 단 한번이라도 이별 충동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여자는 상황에 대해 지지와 공감을 바라는 반면, 남자는 상황에서 문제의 해결점만 찾으려한 탓도 그런 충동의 원인이다.

결혼은 금성인과 화성인이란 외계인끼리의 결합이다. 그러니 부부가 한 해, 두 해를 같이 하며 해로(偕老) 한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하지만 고통일수도 있고 무의미한 세월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혼만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은 아니다. 그래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명칭도 다채롭다. 서양에선 결혼 25주년인 은혼식(銀婚式)과 50주년인 금혼식(金婚式)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동양에선 결혼 60주년인 회혼(回婚)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과거에는 회갑을 넘기기 힘들었다. 때문에 결혼 60년을 맞는 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경사였다. 이날 마을에선 노부부에게 신랑 신부의 대례복을 입히고 성대한 회혼례 잔치를 치렀다.

지난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올해 85세로 회혼을 맞았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가 농담으로 ‘일생동안 한 여인만 바라보며 멍텅구리 사랑을 한 놈이 여기 있어’ 했다가 집사람한테 엄청 혼났어. ‘당신만 한 여자를 바라 봤냐’면서 말이지.” 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파란만장한 60년, 서로의 마음에 머물러 온 JP부부의 삶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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