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주대가 국립대로 승격되다①
7. 제주대가 국립대로 승격되다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정희 의장이 제주대 국립대 승격 결정적 역할 했다”
도지사 부임 당시 도립 제주대학 재정난으로 폐교 위기 직면
제주대의 유일한 살길은‘국립대학으로 전환’판단해 추진
박의장 여론 파악 후 국가재건

▲ 박정희 前 대통령은 1960년대 초 제주도를 시찰하는 과정에서 제주대 이농학부 신축이전 캠퍼스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계획대로 차질없이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등 제주대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 열악한 재정 폐교위기 직면
내가 도지사로 부임한 지 한 달이 지난 1961년 6월21일 도립 제주대학을 방문해 당시 문종철 학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는데 도 당국이 나서 제주대를 국립대로 이관시키는데 적극 노력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문 학장은 제주대가 교육의 기회균등과 지역개발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제주도의 재정난으로 대학시설기준의 3분의 l도 미치지 못해 머지않아 폐교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게 설명했었다.

 

문 학장은 정말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제주교육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성어린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문 학장은 특히 제주도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사면의 황금어장을 갖고 있다는 점, 광활한 중산간 지대, 무한한 수산자원과 농축자원,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어 제주도를 국제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 학장의 이같은 보고를 받고 제주도청의 교육과를 통해 재정지원의 정도를 파악해 보니 지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교수들은 봉급조차 제 때에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내 생각도 문 학장의 말대로 제주대학의 유일한 살 길은 도립에서 국립으로 전환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나는 당시 도청의 양치종 교육과장과 문종철 학장과 함께 제주대 국립대 승격에 필요한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혁명정부가 내건 교육에 관한 임시특례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면 폐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당시 문교장관이었던 해병대 문희석 대령에게 제주도에 내려오도록 요청하는 한편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내각수반, 내무부장관, 농림부장관, 최고회의 손창규 문교사회분과위원장, 내무분과위원장, 재경분과위원장에게 제주대의 국립대 승격을 건의했다.

 

제주를 방문한 문희석 문교부장관은 제주대에서 ‘무언가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도립 제주대를 전국에서 제일 먼저 국립대로 승격해야겠다’며 흔쾌히 약속했다.

 

정말 내가 힘 안들이고 혁명정부와 최고회의가 이심전심으로 제주대의 국립대 전환을 이뤄냈다.

 

나는 박정희 의장에게 보내는 건의서에서 제주도의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경제사정 때문에 육지부 유학이 쉽지 않고 도립제주대는 제주도 재정 빈곤으로 대학운영이 어려워 국가재정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국가재건회의, 국립 이관 결정
또 제주개발은 제주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제주도의 특수한 여건을 감안해 농·수·축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업대학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는 내가 일본유학시절 구주대학과 홋카이도 대학이 비록 지방대학임에도 특수한 과를 집중 육성해 일본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제주대도 특성화대로 육성하면 전국 최고의 대학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제주대를 평범한 대학으로 육성해서는 안 되고 제주대를 나와야만 농·수·축산 분야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특수한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었다.

 

■ 혁명정부 이후 최초 국립 승격
또 서울 출장 때마다 제주대 국립대 이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다녔다.

 

박정희 의장은 나의 이같은 건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입장을 보이며 제주대의 국립대 승격에 결정적인 지원 역할을 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7월15일 손창규 문교사회위원장을 제주도로 파견한데 이어 손 위원장이 여론을 살핀 후 국립이관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받고 8월 10일 만장일치로 제주대의 국립대 이관이 결정됐다.

 

혁명정부가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대학정비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지역개발이라는 혁명정부의 방침에 따라 제주대가 가장 모범적으로 국립대로 이관된 것이다.

 

이후 다른 지방의 도립 대학들이 국립으로 전환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립대에서 국립대로 승격된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도립대의 국립대 전환이 급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당시 문종철 학장도 한몫
제주대의 국립대 이관을 추진한 문희석 문교부장관은 나의 군 후배이자 나처럼 5·16 모의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주위의 추대로 혁명정부 장관에 임명된 케이스로 군에 원대복귀 후 예편했다.

 

문 장관은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은 기독교 신자이면서 미국 해병대 참모학교에 교육을 받은 학구파였다.

 

또 문종철 제주대 학장은 어려운 가운데 제주대를 가꿔온 인재이며 교육자다.

 

문 학장은 일본 최고 명문고를 나온데 이어 명문대인 교토제국대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학식을 갖춘 인텔리에다가 인품마저 훌륭한 최고의 인재로 약주를 참 좋아했다.

 

문 학장의 인품과 학식이 도립에서 국립으로 이관하는데 혁명정부 장관 최고위원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또 문 학장이 워낙 훌륭해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문교장관을 했으면 우리나라 교육을 제대로 발전시킬 분이라고 여겼고 제주도에서 자랑할 만한 인물이다.

 

그래서 나는 중앙에서 중요한 인물이 제주도에 내려오면 꼭 문 학장을 초대해서 그 사람들과 교분을 쌓게 했고 문 학장은 모든 모임에서 빛을 발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9월 1일자 도지사인 내게 보낸 공문을 통해 도립 제주대학을 국립으로 편입하기로 결정됐다며 1962년 3월 1일자로 제주대는 정식 국립대로 다시 태어났다.

 

제주도 개발과 발전을 위한 동량을 육성할 최고의 교육기관이 확보된 것이다.

 

당연히 국립 제주대 초대학장은 문종철 학장이었고 이농학부의 서귀포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

 

그 때 서귀포에서는 대한민국 유일의 특수대학을 만드려면 서귀포에 두는 것이 낫다며 제주대를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으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다만 이농학부의 서귀포유치를 위해 강창학씨 등 서귀포유지들과 전분업자들이 적극 나서 부지확보운동을 벌여나갔다.

 

이 때 나는 제주도민들의 높은 교육열을 보면서 제주도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