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박정희 의장 제주 방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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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 전국 시·도 초도순시 대상지로 제주 첫 방문
박 의장, 제주도에 대한 지대한 관심 반영
“제주도는 난생 처음 방문해 감회 깊다”
김 지사, 지역 발전 위한 대단한 기회 확신
▲ 박정희 의장은 제주도를 첫 대상지로 선정해 전국 시도 초도 순시에 들어갔다. 공식방문 첫 날인 1961년 9월 8일 오후 제주북교 운동장에서 열린 도민환영행사에는 수많은 도민들이 나와 박의장을 열렬히 환영했다.<제주일보 자료사진>

■ 박 의장 제주방문 보안속 준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전국 초도순시 일정은 물론 그 첫 대상지가 제주도라는 것은 극비 사항이었다.

 

내가 박 의장의 제주도 초도순시에 대해 안 것은 8월말 서울 출장 때였으나 제주도 도착시간까지는 보안을 지키라는 엄명을 받고 있었다.

 

사실 나는 도지사 임명장을 받을 때 박 의장께서 초도순시할 때 내게 제일 먼저 제주도를 방문하겠다고 말했으나 나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지 정말로 그 약속을 지킬 줄 몰랐다.

 

나로서는 박 의장의 제주도 방문은 깜짝 놀랄 일이었고 제주도지사로서 제주도 개발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나는 제주도에 귀임한 9월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장의 정확한 제주도 방문일자에 대해선 알리지 않고 며칠 안에 내각의 장관들을 대동하고 제주도를 찾을 것임을 넌지시 알렸다.

 

그리고 나는 박 의장의 이번 제주도 방문이 제주도에 대한 박 의장의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임은 물론 앞으로 제주도는 혁명정부로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지역이 될 것이 틀림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나는 박 의장이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박 의장이 초도순시 첫 일정으로 제주도방문으로 잡았다는 것에서부터 분명하게 보여 준 셈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박 의장이 전국 초도순시의 첫 지역으로 제주도를 삼은 것에 대해서도 제주도 발전을 위한 대단한 기회가 될 것임 확신했다.

 

왜냐하면 박 의장이 5·16혁명이후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지역을 찾는 만큼 지역민심을 살피고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정책과 건의를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박 의장의 제주 일정을 혁명정부와 협의하면서 가장 큰 문제가 숙박 장소였다.

 

제주도에는 박 의장과 일행이 주무실만한 숙소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박 의장께 죄송하지만 제주도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제가 도지사 관사에서 모시겠다고 보고하자 박 의장께서는 ‘그래’하시더니 나중에 ‘그렇게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정상적으로 하면 박 의장을 관사에 모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박 의장의 경호문제도 그렇고 수행원들의 숙식도 그렇고 나와 박 의장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박 의장의 참모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것이 제주도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박 의장께서는 제주도 체류 일정조차 모든 것을 도지사인 내게 맡기셨다.

 

■ 9월 8일 제주도 첫 방문
1961년 9월 8일 오전 11시 박 의장은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한신 내무부장관, 장경순 농림부장관, 원충연 공보실장과 관계부처 공무원을 전부 대동하고 공군 특별기편으로 제주비행장에 도착했다.

 

박 의장은 국가원수 못지 않은 경호를 받으며 별 세 개의 중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제주여고악대의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비행기에서 내렸다.

 

나는 박 의장을 공항에서 영접하는 것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일부러 나는 제주도의 원로들로 하여금 박 의장을 영접토록 했는데 박 의장이 나이 많으신 그분들과 악수할 때 여러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장이 제주도를 초도순시의 첫 방문지로 삼은 만큼 5·16 혁명에 대한 지역의 여론에 대해 대단히 궁금해 하셨을 것이고 원로분들이 박 의장의 그런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당시 박 의장의 공항 영접인사로는 혁명정부 상공부 차관이던 박충훈씨의 아버지인 박종실씨와 양치종 교육과장의 부친이자 제주법조계 원로인 양홍기 변호사, 김영길 제주지방법원장, 여성계 대표인 최정숙 신성여고 교장, 홍종언 제주상공회의소의장, 그리고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염을 기르고 한복을 즐겨 입던 노인, 문종철 제주대학장, 김영진 대한적십사자제주지사장, 강창학, 송방식씨 등이었다.

 

■ 박 의장, 유지들과 개발 약속
나는 박 의장께서 그 분들과 악수를 하면서 여러 느낌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분들이 진심으로 박 의장을 환영했고 박 의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그 분들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박 의장을 환영했고 박 의장께서는 비행장에서부터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

 

박 의장은 몰려든 취재진들이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제주도는 꼭 한 번 오고 싶었던 곳인데 난생 처음으로 방문하게 돼서 감회가 깊다”고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박 의장은 또 “공중에서 내려다 봐도 산업발전의 중요한 요소가 많은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정부는 제반 개발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서 발전케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의장은 나와 함께 차를 타고 도지사 공관으로 향했는데 연도에는 수 많은 시민·학생들이 나와서 박 의장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처럼 박 의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오후에 제주북교 운동장에서 열린 도민환영대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나는 박 의장을 공항에서 영접한 후 바로 승용차에 동승해 도지사 공관으로 모시고 제주지역 유지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당시 오찬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박종실씨, 강우준 제주신보(제주일보 전신)사장(김영관 지사에 이어 제13대 도지사 역임), 백형석 제주도관광사업협회장, 김영진 대한적십자사제주지사장, 홍완표 지역사회개발위원회 간사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제주개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강우준 제주신보사장이 나서서 과거 정부와 위정자들이 제주개발에 많은 공약을 했으나 이행된 것이 없었는데 혁명정부는 이전과는 다르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강 사장은 특히 제주대학 국립이관, 제주시내 도로포장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며 혁명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박 의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 사장은 신문사 사장의 입장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 원로로서 박 의장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도민을 대표해서 감사를 표시해줘서 도지사인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분이었다. 나는 아직도 강 사장 그 분이 제주도를 사랑했던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박 의장은 가만히 듣다가 “제주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며 제주도는 개발의 소지가 충분한 만큼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군정집권 2년안에 개발 계획이 전부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의 오찬은 내 아내가 도청 간부 공무원 부인들과 함께 준비한 것이었다.

 

내 아내의 본가는 원래 궁중요리의 비전을 갖고 있는 집안이었고 내 아내도 집안의 요리비법을 전수받아 음식솜씨가 훌륭했다.

 

박 의장은 내 아내가 준비한 두턱떡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제주밀감을 가미해 제주떡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을 제주도와 연결지으려 했다.

 

두턱떡은 찹쌀로 만드는 것으로 서울에서도 흔히 맛볼 수 없는 희귀한 떡이었고 박 의장도 그때 처음 맛을 본 것이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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