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두 번째 제주도 방문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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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송당목장 부실에 화내며 민간불하 지시’
“목장을 휴양지나 관광지로 생각해서는 안돼”
제주인 안정립·박흥식 사장 등 매입경쟁 벌여
안씨, 자금 모자라 두달 만에 포기…대기업行

<부실한 송당목장 운영방안 골치>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5월24일 송당목장에 도착하자마자 선발대로 내려와 경영진단을 벌이고 있는 송당목장 조사단(단장 이용운 대령, 최고회의 농림분과 전문위원)으로부터 경영부진의 원인과 개선대책을 보고 받았다.

 

당시 송당목장에는 육우 442마리, 한우 538두, 면양 142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조사단의 보고는 결론적으로 제주도는 목축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사단은 목장운영의 실패를 ▲급수사정의 불량 ▲목장시설의 불합리한 설치 ▲종축우의 불합리한 도입 ▲과거 자유당과 민주당 정부의 감독소홀과 경영 및 관리의 졸속 ▲현장 종업원의 근무태만과 목장운영 의지의 부족 ▲기술자 양성 소홀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조사단은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세가지 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송당목장을 국영시범목장으로 운영, 제2안은 민영목장 지원을 위한 국영목장으로 운영, 제3안은 민영을 전제로 한 국영목장 전환 등이었다.

 

이러한 방향으로 운영된다면 6개년 증식사업으로 육우 사육두수를 현재 400마리에서 1400마리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장은 조사단의 보고를 말없이 듣고 있다가 목장운영의 실패 부분에 대한 진단에 이르렀을 때 “집어치워! 현상유지하려면 아예 문을 닫아 버려”라고 벌컥 화를 냈다.

 

이어 배석하고 있던 장경순 농림부장관에게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운영하겠다면 예산을 단 한 푼도 주지 말란 말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박 의장은 자유당 정부에서 건립한 송당목장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박 의장은 과거 자유당 정부에서는 소 한 마리를 팔려고 해도 경무대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는 부분에 이르자 짜증을 내며 “그러니까 운영이 그 모양이었지, 아무리 자연조건이 좋아도 사람의 노력이 80%를 차지하지 못하면 어떤 사업이라도 실패하기 마련이야”라며 자유당 정부의 실책을 비난했다.

 

박 의장은 그 이후 “목장을 하려면 몇 만, 몇 십 만 마리를 가지고 해야지 몇 백 마리, 몇 천 마리를 가지고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하고 조사단이 세운 계획을 정리해 서울에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송당목장의 사실상의 건립자인 밴플리트 장군은 격앙된 박 의장의 태도에 입장이 난처해졌다.

 

밴플리트 장군은 박 의장에게 “송당목장의 실패는 물과 기술, 그리고 관리 의욕의 부족한 데에 있으나 생각보다 훨씬 좋아 보이며 기술진을 강화하고 질병을 예방하면 경제목장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박 의장의 진노를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다.

 

박 의장은 송당목장에서 4시간 가량 머물고 떠났다.

 

박 의장은 제주를 떠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부실한 송당목장 운영에 대한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박 의장은 “목장운영의 실패원인은 자유당 정부의 감독소홀과 연구부족, 운영정책의 미흡에 있었던 것으로 본다. 목장은 휴양지나 관광대상지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어 “이번에 전문기술진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을 파견한 것도 바로 그러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송당목장을 동양에서 제일가는 큰 규모로 확장하겠으며 경제위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그러면서 “한라산 횡단도로 포장 개통식때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오후 4시45분께 서울로 돌아갔다.


<송당목장 민간 불하추진>
그러나 박 의장은 내심으로 목장을 민간에 불하하는 문제까지 심각하게 생각한 듯 했다.

 

박 의장의 눈 밖에 나기 시작한 송당목장은 그후 혁명정부측의 재진단에 의해 민간불하가 적극 검토됐다.

 

혁명정부가 송당목장의 민간불하를 검토한 표면적인 이유는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또 송당목장 하면 곧 이승만 대통령이 연상될 정도로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 됐기 때문이었다.

 

박 의장은 9월17일 장경순 농림부장관으로부터 송당목장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송당목장의 민간불하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민간에게 불하하되 대금상환은 연분할하고 가능한 좋은 조건으로 능력있고 양심적인 민간 전문인에게 분양하도록 했다.

 

이같은 송당목장의 불하는 두 달 뒤인 11월21일 초도 순시차 제주도를 방문한 김현철 내각수반에 의해 기정사실화 됐다.

 

김 수반은 “송당목장에 대한 민간불하 방침은 이미 확정된 것이고 이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사느냐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며, 불하를 받으려면 목장을 운영할 수 있는 상당한 기술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자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불하방법은 제주지역을 희망하는 수 명의 주민이 합작하는 방안, 제주출신 재일동포에게 불하하는 방안, 국내 재벌이 축산교육을 받은 기술자와 협력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불하방법까지 제시했다.

 

이제 송당목장의 운명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불하될 것인지만 남겨진 과제였다.

 

그 일은 지사인 내가 맡아야할 문제였다.

 

나는 여러 통로를 통해 적임자를 수소문한 결과 김평진 재일개발협회이사장으로부터 일본 고오베에 살고 있는 강순찬씨가 매수를 희망한다는 것과 지역주민으로는 유일하게 안정립씨가 재일동포의 자금지원을 얻어 목장을 매수하고 싶다는 뜻을 확인했다.

 

나는 송당 목장만큼은 지역주민에게 불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씨를 다음해인 1963년 2월 농림부에 추천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박흥식 화신백화점 사장이 일본의 기업과 합자로 불하받고 싶다며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박 사장은 이미 제주도내 녹산장 일대(지금의 제동목장자리) 수백만평의 땅을 갖고 있었다.

 

농림부는 두 사람을 불러 의견을 조율한 결과 안정립씨에게 불하를 결정했다.

 

불하액은 1억6000만환이었는데 안정립씨는 불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은 두 달만에 삼호그룹에 운영권을 넘겨버렸다.


<밴플리트 장군의 제주방문에 대한 생각>
나는 밴플리트 장군이 송당목장 건립에 실질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제주를 방문한 것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밴플리트 장군은 모두가 다 알다시피 이승만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다.

 

또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군사혁명 당시 미국과는 껄끄러운 관계였다.

 

물론 나중에 박 의장과 미국과의 관계는 좋아졌지만 밴플리트 장군이 박 의장과 제주를 함께 방문한 것은 송당목장외에 다른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본다.

 

밴플리트 장군은 정치적으로 박 의장을 높게 평가하고 신뢰를 보임으로써 미국관의 연결고리를 자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또 밴플리트 장군이 제주도를 하와이 같은 군사전략적 요충지로 눈 여겨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규모 목장을 조성한 것도 유사시 비행장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밴플리트 장군은 제주도를 군사전략적으로 볼 때 해상방어 위한 바다관계, 해군관계 측면에서 내다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밴플리트 장군은 하와이의 전략적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장군이었고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박 의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본다.

 

특히 밴플리트 장군은 제주도 개발에 필요한 장비들을 해군 함정을 통해 수송했다는 말을 듣고는 제주도를 미국의 하와이 같이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군 제독인 나를 제주도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안목을 높게 평가했고 나에게는 하와이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정리=강영진 기자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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