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23> 오름은, 제주인들의 영원한 고향 - 지미봉
 김승태
 2008-11-03 22:48:29  |   조회: 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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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는 성긴 별 /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의 정지용의 ‘향수’가 아니더라도 ‘고향’은 언제나 설렘을 느끼게 한다.

제주인들에게 있어 오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제주, 그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오름은 제주인들의 영원한 고향인 것이다. 나의 고향은 구좌읍 종달리이다. 여느 마을도 마찬가지겠지만 종달리에도 지미봉을 비롯한 5곳의 오름이 있다. 고향에 오름이 있다는 것,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제주섬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지미봉(땅끝 地尾峰 指尾山 地尾岳 池尾峰 只未岳 終達峰, 구좌읍 종달리 산3-1/4∼5번지, 표고 165.8m, 비고 160m)은 제주의 서쪽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라 하고 동쪽 끝의 이 오름을 땅끝이라 한데서 지미(地尾)라 했는데 옛 기록에는 지미산(指尾山), 지미악(地尾岳, 只未岳), 지미봉(池尾峰), 종달봉(終達峰) 등으로도 표기되고 있다.

오름의 남동비탈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정상으로 연하면서 일제 때 구축된 2개의 동굴이 있으나 현재는 폐쇄되었다. 북쪽 비탈은 말굽형 굼부리가 벌어져 있고, 남서쪽 비탈은 비교적 가파른 편이다. 그리고 정상에는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으며, 조선 시대에 구축된 지미봉수(地尾烽燧)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이 봉수는 북서로 왕가봉수(往哥烽燧), 남동으로는 성산봉수(城山烽燧)와 교신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름 주위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1957년에 수답 공사, 1970년대 새마을 사업 때 기슭의 토석을 무분별하게 채취해 그 일부가 가파른 절벽을 형성하고 산사태 위험이 일자 1997년 6월부터 연차적으로 복구 사업을 벌였으며, 2008년 10월에는 산책로(타이어매트 420m, 난간 108m, 계단 100m 외)와 주차장까지 완공하였다.

북서쪽 기슭의 1,210ha에는 1976년 7월에 ‘종달/하도 조수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해마다 철이 되면 저어새, 도요새, 청둥오리 등 30여 종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있고 1998년 8월에는 국내에서 단 한차례 관찰된 희귀조인 물꿩이 촬영되기도 했다.

이 오름에서는 동~남쪽으로 우도, 바우오름, 일출봉을 비롯해 제주도의 동녘 해안을, 서쪽으로는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잇는 수평선상의 해돋이와 한라산을 정점으로 형성된 제주섬 등성이를 넘는 해넘이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데 최근에 이 광경이 대외에 소개되면서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사진 : 홍성은(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2008-11-03 22: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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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다 2008-11-04 09:48:05
어느해 새해 해돋이 보러 지미봉에 올랐던 적이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해는 안 보이고 이제 하산이다. 열심히 내려 오는데 그때 우도와 성산일출봉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