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오름 등산을 위한 계단 또는 타이어매트를 깔아놓음이 언제 어느 기관(단체)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깔아놓은 타이어매트를 걷어내고 야자수매트로 대신한다든지 산행에 큰 불편이 없는 데도 기존의 등산로와는 별도로 새로운 등산로를 개설해 야자수매트로 단장(?)까지 함은 고려할 사항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애월읍 장전리 소재 궷물오름은 '오름의 기슭에 샘이 있음에 연유'하여 궷물오름이라 일컫고 있는데 궤(바위동굴의 제주어)를 고양이로 대역해 묘수악(猫水岳)이라 표기함도 잘못이지만 타이어매트로 깔아놓은 등산로는 오르내림에 불편함이 전혀 없는 데도 그 곁에 다시 야자수매트로 또 다른 등산로를 개설함은 무슨 까닭일까?
이 오름은 평화로(1135번)와 산록도로(1117번)가 만나는 어음1리교차로에서 1100도로(1139번) 쪽으로 3.1km를 가면 널찍한 주차장이 개설되어 있고, 맞은편에 장전리공동목장 표지석이 있다.
이 오름의 곁에는 큰노꼬메와 족은노꼬메가 있으며 북동쪽 기슭 아래에는 이 오름의 이름으로 전이된 궷물이 있다. 이 궷물을 모아두기 위해 시멘트로 시설된 사각형의 구조물 바닥에는 ‘소화(昭和) 12년(1937) 8월 준공’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궷물 주위에는 소공원을 조성해 놓았고 치성(致誠)을 드리기 위한 자그마한 제단(祭壇)도 마련되어 있다.
오름의 형국을 고양이에 견주어 괴(猫 : 고양이)+물(水)+오름(岳)이라고도 표기하고 있지만 이는 궷물오름을 표음화한 것으로 보아지고, 또한 바위에 고여 있는 물이라 하여 ‘고인 물 → 괸물․궨물’이라는 의미도 부여하지만 이는 의도적인 명명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궷물오름은 ‘궤+ㅅ+물+오름’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궤는 ‘나무로 상자처럼 만든 그릇. 고여있다. 자그마한 암굴(岩窟)’ 등의 의미 중 ‘자그마한 암굴(岩窟)에서 쉼 없이 솟아나는 물’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산록도로와 닿은 기슭의 오름 표지석에는 ‘괴수악(怪水岳)’이라 표기하고 있는데 심사숙고해야 될 부분인 것 같다.
모든 비탈은 주로 소나무가 자라나고 있다. 북동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의 일부는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으나 궷물로 연이어지는 부분은 울창한 자연림도 자라나고 있다. 풀밭을 이루고 있는 정상부는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강공(姜公)의 묘와 경방초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 오름의 동쪽으로는 전형적인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을 한 큰노꼬메의 위엄과 다정다감함을 주는 족은노꼬메가 이어지면서 시계(視界)가 막혀 어느 깊은 산 속에 서있는 착각을 하게 되나 북~서쪽으로는 제주경마공원 너머 바다까지 시원스레 조망된다.
궷물오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오름 등산로에 야자수매트를 깔아놓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내구 연한을 다할 즈음 그 뒷처리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