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의 고장 제주에 민속예술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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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회장/시인

애초에 제주도에는 ‘도립무용단’이라는 단체가 없었다. 하고많은 공연예술 장르 중에 ‘무용단’만을 만들 필요성도, 절박한 사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제주도엔 ‘도립민속예술단’만 있었다. 그만큼 필요성도, 절박한 사연도 있었기에 일찌감치 제도권에 진입했던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이 ‘무용단’으로 둔갑해버렸으니, 그 누구의 책임인지, 누구의 탁상에서 저질러진 오류인지, 실상을 밝혀서 바로잡아야 할 텐데, 어디에다 호소해야 할 것인가? 언론사인가? 아니면 ‘제주도감사위원회’인가?

 

사전적으로만 봐도 ‘민속예술’과 ‘무용’은 확연히 다른 장르다. 민간에 전승되고, 민간의 습속·신앙과 결부된 예술이 ‘민속예술’이며, 무용뿐만 아니라, 연극으로도, 민요로도, 놀이로도 무속연희로도, 민속악으로도, 판소리, 타령 등으로도 형상화 할 수 있는 향토예술이지만, ‘무용’은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육체예술이다.

 

‘도립예술단사’(2002·문예진흥원·이하 단사)에서도 이 문제를 명시하고 있다. “민속예술 공연단체가 주로 무용중심으로 공연이 행해져 제주도 무용사와도 무관하지 않으나, 오늘날의 ‘제주도립예술단’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무용을 통한 민속예술의 공연이었으므로 무용사와는 별개의 민속예술공연단체의 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단사25쪽)

 

‘단사’를 요약하여 ‘제주도립예술단’의 ‘명칭 변천사’를 알기 쉽게 도식화해 보면, ①‘제주시립민속예술단’(1985.12.12)→②‘재단법인제주도민속예술단’(1988.11.12)→ ③‘제주도립민속예술단’(1990.3.2)→ ④‘제주도립예술단’(1997.9.18)→ ⑤‘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현재).

 

①번∼③번까지는 명칭에 ‘민속’자를 계속 유지하다가, ④번에 이르러 종합예술단으로의 도약을 구실삼아 명칭에서 ‘민속’자를 뗀 것이 화근이 돼, ③번‘제주도립민속예술단’으로 환원됐어야할 것을 ⑤번으로 건너뛰어 ‘무용단’이 불쑥 튀어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민속의 고장 제주에 ‘도립민속예술단’이 영락없이 사라져버린 꼴이 됐다.

 

이런 중차대한 명칭변경 작업을 할 때에는 ‘단사’를 읽어본다든지, 예술단역사를 아는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어야 함이 마땅한 일인데, 그런 절차를 밟았는지 묻고 싶다.

 

작년에 ‘도립무용단’제 20회 정기공연(2010.9)을 본 뒤, 필자가 직접 평가회에 참석하여 조언도 했고, 또 제주일보 본란(2010.11.22)에 ‘‘제주도립민속예술단’되살리기’ 란 제하의 칼럼을 써서 문제 제기를 한바 있었다. 그러나 우이독경이었다. 다시 1년이 지난 올해‘도립무용단’ 제21회 정기공연(10.14)을 보게 되었는데, ‘탈민속취무용(脫民俗取舞踊)’의 경지가 더욱 깊어져서 배신감 같은 것마저 느끼게 했다.

 

이제 복원돼야 할 것은 1990년대 초반의 ‘제주도립민속예술단’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잔머리를 굴려서, ‘무용단’ 앞에 민속 자나 붙여 ‘민속무용단’이라거나, 그대로 ‘무용단’이란 명칭을 살린 채 민속예술공연을 하겠다는 땜질성 발상은 더더욱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전자는 장르가 왜곡될 우려가 있고, 후자는 한국무용의 화려한 레퍼토리에 밀려 ‘제주민속예술’이 툭하면 계륵(鷄肋)의 신세에 빠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제50회 탐라문화제’ 개·폐막식은 어떠했는가? 개막식엔 ‘국립국악관현악단’에 ‘경기민요’가 무대를 가득 메우더니, 폐막식마저 ‘제주도립무용단’의 ‘부채춤’으로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가장 제주다워야 할 ‘탐라문화제’ 메인 무대에 제주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그 많던 제주 특유의 ‘민속예술작품’들은 다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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