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버선
효도 버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버선이라고 하면 한자로는 말(襪)이라고 하는데 양말이라는 말도 서양버선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버선은 남녀노소 누구나가 발에 신었으며 더운 여름철에도 솜을 두어 신는 관습이 있다. 이는 꼭 끼는 버선을 신었을 때 발가락 모양이 드러나서 상대방에게 예를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가락이 보이는 것은 예에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되니 발가락의 형체만 보여도 아니 되었던 것이다. 집에서 손수 지어 신던 시대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식구들 숫자대로 버선본을 만들어 버선본 집에 넣어 두었다가 필요 할 때마다 꺼내어 버선을 지었다. 짓는 시기도 음양의 조화로움을 찾아서 지었는데 동지에 양기를 받으면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하여 동짓날 버선을 지어 시어른께 드려 그 효를 다하였으며 식구들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였다.

옛날에는 혼기를 앞둔 신부는 혼수의 필수 준비품으로 버선을 장만하였는데 요즘은 양말이나 생활에 필요한 카펫이나 담요로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주로 신고 필요한 것으로 마련하여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 버선을 준비하는 마음과 정성은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마음이며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어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원래는 신부가 시집갔다 첫 번 친정나들이를 할 때 문중어른들에게 그동안 보살펴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시댁으로 돌아 올 때도 시댁식구들의 정성스런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지은 버선을 드렸다. 이때 버선 짝이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한 켤레 마다 복판에 붉은 실로 ‘八十’ 이라는 글자를 떴다. 이는 당시에 80세까지 사는 것이 염원이라서 무병장수하여 80수를 누리시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는 예물이며 이 버선을 효도버선이라고 했다.

요즘은 물자가 흔하여 무엇이든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이 상대방을 헤아리는 정성스런 마음을 앞서는 느낌이 든다. 시대가 바뀌어 속력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성을 다하는 마음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잃어버려서는 안 될 중요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여 버선을 짓는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그 정성으로 삶의 장벽이 되는 어려움도 한 발 물러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