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밀밀 vs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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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1996년 제작된 진가신 감독의 영화 ‘첨밀밀’(甜蜜蜜, Comrades : Almost a Love Story)은 여명, 장만옥 주연의 멜로영화이다. 제작 당시 진가신 감독은 영화 제목을 ‘도시 속의 작은 사랑’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생각을 바꾸어, 영화 주제곡인 ‘첨밀밀’을 영화 제목으로 택했다. 덕분에 95년 세상을 떠난 중국계 여가수 등려군(鄧麗君)의 노래 ‘첨밀밀’은 세계적으로 재조명 받게 된다.


그러나 이 노래의 원곡이 인도네시아 민요 ‘아름다운 추억’(Kenangan Indah)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명절 단골 프로인 ‘외국인 노래 자랑’에 중국 대표라면 ‘첨밀밀’을 마치 중국 전통 노래라도 되는 듯 열창하니 말이다. 이제는 원곡인 인도네시아 민요가 오히려 중국의 번안곡에 밀려 아무도 그 원조를 기억해 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중국은 조선족의 민요와 풍습이 포함된 제3차 ‘중국국가무형문화유산’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과 ‘판소리’, ‘가야금’, ‘씨름’ 등이 포함되었다. 조선족은 중국 50여 족의 소수민족 중 하나이므로, ‘조선족문화’를 보호·육성하는 것은 중국 내정(內政)이고 따라서 우리가 이를 반대할 근거는 없다. 사실 ‘한국전통문화유산’이 ‘중국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아리랑’의 경우는 현지 조선족의 요구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이 되었다. 이러다가 중국이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에는 정선, 밀양, 진도의 3대 아리랑을 비롯해 남북을 합쳐 총 60여 종의 아리랑이 있다. 그러나 정작 아리랑은 1971년 ‘정선아리랑’만이 ‘강원도지방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고 그 외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에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할 때 종목과 함께 그 기·예능을 지닌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지정하게 돼 있는데 아리랑은 누구를 보유자로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랑의 ‘종주국’(宗主國)인 한국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처라도 하듯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할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현행 문화재보호법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협약’처럼 포괄할 수 있는 체계로 개편해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늦었지만 문화 원류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겨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해녀’는 ‘출가해녀’라는 이름으로 육지는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 널리 뻗어 있다. 만약 문화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높게 평가받은 ‘해녀문화’를 다른 지역에서 먼저 원조라 주장하고 나선다면 이는 정말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해외뿐만 아니다. 올레길이 그랬듯이 몇 몇 발 빠른 육지의 지자체에서는 벌써 출가해녀를 콘셉트로 ‘해녀체험장’을 추진 중이다. 전국에 ‘해녀체험장’이 늘어나면 이제 갓 불이 붙은 ‘제주해녀체험’ 관광객이 분산되어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오히려 각지에서 채우지 못한 것을 해녀의 본고장인 제주로 채우러 올 것이란 자신감도 있다.


하지만 그 막연한 자신감에 앞서 해녀의 ‘본고장’다운 철저한 준비가 선행 되어야 한다. 그러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진정 해녀의 ‘종주도’(宗主道)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해녀문화’가 대한민국의 ‘고유문화’임을 제주도의 ‘고유전통’임을 세계만방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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