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꿈을 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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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관장/시인

독서 관련 수업을 하다 아이들과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장래 희망은 연예인이다. 그 이유를 물었다. 물론 아이들마다 이유는 다양했다.

좋아하는 연예인 유형,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점까지 다다르면 한 방향으로 모아진다. 바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어째서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곳이 TV 브라운관 속으로만 생각을 할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떤 면에서 어떻게 자신의 재능을 보일 수 있냐고. 한 아이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다. 그 아이는 드라마가 바뀔 때마다 꿈도 바뀌었다고 한다. ‘제빵왕 김탁구’를 볼 때는 ‘제빵사’가 꿈이었고, 그 다음 드라마에서는 ‘파티쉐’가 꿈이었고, 또 다음 드라마에서는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고 ,그러다 아예 모든 것을 해 볼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기로 했단다.

이러한 대답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 아이들도 같았고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 비슷했다. 한 고등학생은 연예인이 꿈이지만 부모님이 반대해서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요즘은 마마보이, 티처보이처럼 어른들이 모든 것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꿈을 꾸는 아이들이 적어졌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 비하면 이런 꿈이라도 갖고 있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진솔한 실제 모습이 아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며 꿈을 꾸고 있는 아이들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연예인으로 데뷔할 수 있는 ‘서바이벌오디션’프로그램이 대세다. 그리고 개그맨을 중심으로 해서 가수, 탤런트 심지어는 운동선수들까지 참가하여 입담을 과시하거나 몸을 이용하여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 내는 예능프로그램 또한 인기순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연예인은 우선 외모가 뛰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바꾸며 절대적인 재능만을 평가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은 아이들에게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평함을 가져다주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화려함과 신비감으로 무장한 연예인에서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연예인들에 대한 친숙함마저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이만큼 아이들에게 TV 속 연예인들은 일상처럼 많이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맛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해야 되고 원치 않는 일도 서슴없이 해야 되며 심지어는 의도된 각본에 의해 꼭두각시 노릇까지 해야 된다는 것을 안다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솔직함이 매력적인 한 개그맨 역시 의도된 이미지였음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능을 본인의 만족이 아닌, TV앞에 있는 다른 사람의 대리만족을 위해 쓰여 진다는 것은 너무도 아깝고 억울하다.


‘행복의 조건’의 작가 조지 베일런트는 일 또는 취미가 직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만족, 보상, 역량, 헌신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현실에서 좋아하는 일, 즐기는 일이 직업까지 연결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러기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별 고민 없이 쉽게 자신의 꿈을 결정해 버리거나 혹은 그 길을 못 간다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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