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 나라 인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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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범이란 그런 짐승이었다. 범은 언제나 혼자서 살았다. 범은 고독하게 살았으며 위험에 처해도 동족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독부도 역시 그렇게 살다가 죽었다.

그러나 범도 혼자서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암범에게 새끼가 딸려있을 경우에는 그 어느 짐승보다 더 새끼들을 사랑했고 헌신적이었다. 독부도 역시 그랬다.

혼자 사는 범에게는 강한 개성이 있었다. 무리를 지어 사는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틀이나 관행이라는 것이 있어 그것들을 이용하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늘 다니는 길, 늘 가는 물터나 먹이터, 그리고 늘 하는 버릇들이 있다.

그러나 범에게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 범은 하루에 100㎞, 필요하다면 몇 100㎞를 돌아다닌다. 범에게는 무한한 끈질김과 인내심이 있었다. 범은 먹이를 잡기 위해서는 적도하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풀밭에 반나절 동안이나 꼼짝도 하지 않고 엎드려 기다렸다.

“사람들은 범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지요. 특히 사냥꾼들은 자기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범을 경시하다가 봉변을 당합니다.”

코벨트는 말했다.

“범이란 다른 짐승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짐승입니다. 범의 몸 구조는 그렇게 되어 있어요. 범은 또한 다른 짐승을 죽이는 일에 전념하여 살육의 기술만을 연마합니다. 그의 지능은 오로지 거기에만 쏠립니다.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사람이 고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지만 다른 짐승을 죽이는 살육의 능력에서는 범이 사람들보다 훨씬 교활하고 유능해요. 그래서 인도에서는 옛날부터 사람과 범은 서로 죽이고 죽는 관계에 있지요.”

코벨트가 도착한 바로 그날 밤 타이른의 저택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있는 소작인 마을에 식인범이 들어와 마을 안쪽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소녀를 물고 갔다.

다음날 새벽 그 소식을 듣자 타이른과 이든이 총을 들고 나섰다. 늙은 집사는 그만한 일에 주인님이 직접 나설 것까지는 없다고 만류했으나 타이른은 그 제지를 뿌리쳤다. 소작인은 집안 식구와 같은 사람인데 그 식구가 범에 물려 갔다는데 어찌 그게 그만한 일밖에 되지 않느냐고 타이른은 집사를 꾸짖었다.

코벨트는 그 젊은 지주를 다시 봤다. 영국에서 유학을 했던 젊은 지주는 역시 달랐다. 그런 젊은이들에 의해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무너져야만 했다. 코벨트는 타이른과 이든 등과 함께 현장으로 갔다.

태양이 올라와 산림의 아침이슬이 증발하고 있었는데, 코벨트는 조심스럽게 앞장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코벨트는 저쪽 마른 풀밭을 보더니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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