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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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런데 산골마을 사람들의 잔치판이 끝날 무렵에 화전민 서너명이 화급하게 뛰어들어왔다. 그들은 전날밤에 불곰이 화전민 마을을 덮쳐 열살난 사내아이를 끌고 갔다고 호소했다. 화전민 장정들이 곰을 추격했으나 도리어 뼈가 부러지는 중상만 입고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장군님 불곰들은 지난해도 마을을 덮쳐 두사람을 잡아먹었습니다. 그놈이 또 무슨짓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불곰들은 늦가을에는 으레 그런짓을 했다. 산중복에 있는 화전민마을뿐만 아니라 산기슭의 마을에까지 내려와 인축을 해쳤다.

불곰들은 첫눈이 내리기전에 겨울잠을 잘 동굴이나 토굴에 들어가야만 했는데 그전에 기름진 먹이를 잔뜩 먹어주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몸에 지방을 비축하여 겨울을 견딜 수 있었다.

“장군님 그 곰은 지난해 우리가 쫓던 쪽귀일 것입니다. 그때 잡아야만 했는데….”

그때 포수마을 사냥꾼들은 열흘동안이나 그 곰을 추격했으나 잡지못했다. 곰이 원시림 깊숙한 곳으로 도망갔기 때문이었다. 사냥꾼들은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곰사냥을 중단했다. 곰이 첫눈이 내릴때까지 겨울잠을 잘 잠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죽게 된다. 소위 구멍을 찾지못한 떠돌이가 되어 눈바람속을 헤매고 다니다가 얼어죽는다. 그래서 그 곰도 그렇게 될 줄 알고 사냥을 중단했는데 그게 잘못이었다.

곰들중에는 겨울에 잠자리 구멍을 찾지 못해도 얼어죽지 않는 놈들이 있었다. 드문 일이었지만 그런 불사조 같은 곰이 있었다. 그런 곰은 겨울내내 인가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살육을 했다. 그래서 산골사람들은 그런 곰이 돌아다니면 아예 마을을 버리고 멀리 피난갔다. 그래도 그렇게 될지 몰랐다.

“안돼. 이번 겨울에는 그 놈을 잡아야만 돼.”

장비장군이 술잔을 내던지면서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는 수하들에게 곰사냥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소금장수를 가장한 염탐꾼 서 영감에게도 말했다.

“너희들도 빨리 산에서 내려가. 곰에 찢겨 죽기 싫으면 소금 보따리 따위는 버리고 산에서 내려가.”

서영감이 조용하게 말했다.

“장군님 본디 야수들은 심마니와 소금장수는 잡아먹지 않는 법입니다. 소금장수들 중에서 야수에게 잡혀먹힌 놈은 아직 없습니다.”

장비장군은 어이없다는듯이 서영감과 임여인을 봤다. 예사 인물들이 아니었다. 겨울곰이 설치고 있는데도 산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니….

하긴 심마니들 중에도 그런 미친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맹수들이 울부짖고 있는 산중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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