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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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포수마을 사냥꾼들은 다음날 새벽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도 마을을 떠났다.

그들중에는 전날밤 술에 취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나 한사람도 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군인들처럼 엄격한 단체생활을 하고 있었다.

소금장수들도 그날 하오에 마을을 떠나 박사원 군관 일행과 합류했다.

그들은 다음에는 화전민마을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화전민 마을에는 많은 노비들이 살고 있고 강도짓을 하거나 사람을 죽인 범죄자들도 숨어 있었다는 소문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노비제도는 이조의 사회제도의 근간이 되는 것이었다. 노비들은 엄격하게 통제가 되어있었으며 그 통제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노비들이 화전민마을로 도망갔다면 사회제도를 어지럽히게 된다. 하물며 그곳에 범죄자들이 숨어있다면 화전민마을이란 아주 위험스러운 집단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불온한 분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세상이었기에 화전민마을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산간마을 사람들은 화전민들이 산 중복에 살고 있으며 그곳은 산간마을에서 50리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그건 험한 산길이었다. 일행은 하루종일 걸어 다음날 밤에 화전민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어느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에서는 화전민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일행은 거기서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곰이 겨울잠을 잤던 동굴이었으며 곰털이 떨어져 있었다. 일행은 손도끼로 나뭇가지를 잘라 동굴입구에 문틈을 만들고 잡풀들로 엮은 거적을 드리웠다. 그래서 눈이나 바람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으면 웬만한 추위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초저녁에 늑대들이 울고 있었다. 저쪽 바위산에서 우우하고 목을 빼면서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너머에 있는 산에서도 구슬픈 화창이 메아리쳤다.

한밤중에는 웍웍하는 곰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잠자리 구멍을 찾지못한 살인곰인 것 같았는데 추위에 신경질적이 되어 있었다. 새벽무렵에는 서쪽 마천령의 산줄기에서 범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산날을 타고 자기 영지를 돌고 있는 범이 침입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동물의 나라였다.

동물의 나라에 들어간 일행에게 무슨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다음날 아침 소금장수 서노인과 임여인은 동굴집에서 나와 맞은편 산중복에 있는 화전민마을에 들어갔다. 첩첩산중 여기저기에 화전들이 있었다. 산림에 생긴 부스럼처럼 나무들이 잘라지고 벌건 속살이 들어나 있었다. 통나무 기둥에 흙돌로 벽을 치고 잡초로 지붕을 덮은 토막집들이 대여섯채 서로 붙어 기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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