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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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토막집안에는 인기척이 있었으나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 소금장수가 왔다고 한참동안 고함을 지르자 노인들과 아이들이 기어나왔다. 아예 목욕을 안하는 사람들 같았으며 때가 누덕누덕 붙어 눈만이 보였다. 누더기 옷에 짐승털을 걸치고 있었는데 모두가 앙상했다.

소금장수들이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소금부대를 풀어놓으니까 그래도 소금은 필요한 듯 이집 저집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소금장수들은 소금외에도 거울이나 빗 사탕등을 갖고 다녔으나 그런것들은 그 마을에는 필요없는 물건들이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소금장수들을 살펴보면서 입을 열지 않았다. 소금장수들이 아이들에게 사탕을 그냥 주면서 거래를 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소금을 사려해도 돈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돈이 없어도 곡식을 주면 된다고 말했더니 그들은 옥수수를 내놓았다. 제대로 알이 여물지도 않은 옥수수들이었다. 비참했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에서 10리쯤 떨어진 곳에 다른 마을이 또 있었는데 그곳에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곰이 아이를 물고 갔다면서 여인들이 울고 있었다.

그 마을은 화전민 마을들 중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으며 토막집이 스무채쯤 붙어 있었고 50명쯤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소금장수들은 촌장집에 초청되었다. 촌장은 소금장수들의 능숙한 말솜씨에 이끌려 겨우 말문을 열었다.

“이 사람들이 산에 들어오기전에 어디서 살았느냐고…. 그건 알 수 없어. 그저 살 수가 없어 이곳에 왔을 뿐이니까. 덮어놓고 이곳에 와서 농사일을 거들어주면 함께 살게 되는 거지.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알 필요도 없어.”

그렇다면 화전민들 중에 노비나 범죄인들이 섞여있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 같았다. 서노인은 더이상 묻지 않았다. 누가 노비이고 범죄인인지를 가려낼 수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설사 그들중에 범죄인이 있다고 해도 그곳에는 그들을 조사하고 잡아갈 관리들이 없었다.

무산지역에는 관아가 있고 고을수령도 있었지만 그건 그저 형식적이었고 고을수령은 첩첩산중에 사는 화전민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지난해에 화전민 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외지에서 범죄자 두명이 들어와 여인을 겁탈하고 여인의 남편을 죽였는데 그들은 잡혔다. 관아의 관리들이 잡은 것이 아니라 포수마을의 장비장군이 피해자들의 호소를 듣고 달려와 잡았다.

“그들 범죄자가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범인들은 즉결처분 되었다. 범인들을 관아에 넘길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장비장군은 그들을 산림으로 끌고 가 칼로 목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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