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의 포수마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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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산간마을이나 화전마을 고로(古老)들은 법이나 관아가 없는 원시림에는 예부터 전해진 자연의 법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에게는 사형을, 남의 물건을 훔친 도둑에게는 수족절단형(手足切斷刑)을 내리고 강간 간통등 성범죄자에게는 아예 성기를 잘라 버린다. 거짓말로 남을 속인 자들의 혀를 잘라버리는 법은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고쳐져 매를 치고 전재산을 몰수하여 피해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화전마을 촌장은 장비장군이 그 자연법에 따라 살인 강간자들의 목을 쳤다고 말했다. 촌장은 또한 장비장군이 심마니가 갖고 있던 산삼을 훔친 포수의 손가락 두개를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장비장군은 포수들에게도 엄격했으며 산삼을 훔친 포수의 손목을 자르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용서를 했기 때문에 손가락을 잘랐다고 한다.

장비장군은 화전마을과 산골마을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도 조정했다. 몇년전 화전민들이 바위산에서 계곡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를 막아 화전으로 돌린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아래쪽에 사는 산골마을에 항의를 했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괭이와 삽을 들고 화전마을을 덮쳤다. 천한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말이었다.

그때 화전민들의 호소를 듣고 장비장군이 달려왔다.

산골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화전민들 중에는 성이 없는 천민들이 많았으나 그렇다고 그들을 죽이거나 추방시킬 수는 없었다. 평민 천민을 따지는 것은 평지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었지 무산의 산림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산골사람들이 천민이라고 하지만 그들 중에는 천민이 없는가.

평민이니 양민이니 상민이니 하지만 그들과 천민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모두가 양반밑에서 학대받는 계급이 아니겠는가. 장비장군은 그렇게 계급을 따지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노비도 차별하지 않았다. 도망 온 노비라는 것을 알아도 모른체했다. 노비의 주인이 불만이라면 와서 잡아가라는 말이었는데 거기까지 들어온 주인은 없었다.

장비장군과 여두목은 화전마을과 산골마을의 분규를 조정했다.

화전마을에서 물줄기를 막은 것은 잘못이었지만 화전을 경작하려면 그 물줄기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그 물줄기를 막았다고 해서 계곡을 흐르는 큰 물줄기가 말라붙은 것은 아니었다. 산골마을 사람들은 그 큰 물줄기를 쓸 수 있었다.

장비장군은 그 일에는 화전민의 편을 들었으나 그 대신 화전민들에게는 그 일대에서 더 이상 화전을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나무를 마구 불살라 버리면 산골마을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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