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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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때는 가을이었으므로 곰보주모는 솥을 바깥 마당에 내걸고 밥을 짓고 있었다. 쌀이라고는 몇줌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 보리밥이었으나 그래도 그 보리밥은 구수했다. 굵은 멸치가 들어가 있는 시래깃국도 구수했고 산길에 지쳐 배가 고파진 손님들은 양념도 제대로 들어가 있지 않은 김치도 잘 먹었다.

곰보주막에서 손님들의 술안주로 내놓는 꿩찌개나 멧돼지 고기구이는 별미였다. 가끔 포수들이 내던지고 가는 꿩을 칼등으로 난도질하여 산나물을 넣고 끓여내는 꿩찌개는 얼큰했고 산골의 향이 스며 있었다. 한양에서 온 어느 귀한 손님은 그 꿩찌개는 그 집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미라고 칭찬해주기도 했다.

손바닥만큼이나 덜퍽지게 잘라내 장작불로 구워낸 멧돼지 고기도 맛이 있었다. 손님들은 막걸리 안주로 그걸 몇접시나 시켜 먹었다. 그리고 술에 취하면 넓은 멍석자리 한구석에 가 누웠다. 여기 저기에 있는 나무토막을 베개 삼고 그대로 코를 골았다. 멍석방은 방값을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동안 푹 쉬고가는 나그네들이 많았다. 거기서 피로를 풀고 또 산길을 떠났다.

곰보주모는 절대로 외상을 주지 않았다. 돈이 없다고 버티는 손님은 옷을 벗겨 내쫓았다. 돈벌이도 못하면서 빈둥거리는 장돌뱅이나 노름판에서 털려나온 노름꾼들은 곰보주막에서 머물 수 없었다.

곰보주모는 그러나 공짜손님은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공짜손님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손님에는 우선 포수들이 있었다. 포수들은 그 주막에서는 언제나 머물 수 있었고 밥이나 술을 마음대로 먹었다.

하긴 포수들은 따지고 보면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손님들이었다. 잡은 꿩 토끼 노루 멧돼지등을 통크게 던져주기 때문이었다.

다음 공짜손님은 중들이었다. 그 부근 산에는 크고 작은 절들이 있어 중들이 가끔 주막에서 머물렀는데 중들에게 어떻게 밥값을 받겠는가. 시주도 못하는 형편에 중들에게 밥값을 받을 수는 없었다. 중들 중에는 때때중도 있었는데 그런 중들의 밥안에는 두툼한 멧돼지 고기를 숨겨 넣어주었다. 때때중은 주위를 한번 살펴보고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넙죽 삼켰고 곰보주모는 그걸 재미삼았다.

가끔 들리는 포졸들도 물론 공짜손님이었다. 그들은 필요한 손님들이었다. 주막에는 어떤 손님들이 올지 몰랐다. 큰마을에서 사람을 죽인 강도도 있었고 산적들도 있었다. 추가령 고개 주변에는 높은 산들과 깊은 삼림들이 많아 거기에 산적들이 있었다. 그 산적들이 주막을 터는 일은 없었으나 가끔 첩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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