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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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떠도는 소문으로는 산적의 첩자는 나그네로 가장하여 주막에 머물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세를 알아내거나 돈많은 손님들을 염탐하여 두목에게 알려준다는 말이었다. 사실 그 주막에 머물렀던 손님중 호피나 녹용 웅담등을 사려고 함경도로 가던 상인이나 많은 인삼을 갖고 함흥으로 가려던 상인이 산적들에게 털렸다. 또한 사대부집안의 측실(側室)인 작은마님이 친정이 있는 원산으로 가려다가 납치당한 일도 있었다. 털어봐도 나올 것이 없는 나그네들이 털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산적들이 주막에 머물렀던 첩자로부터 정보를 얻고있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곰보주막은 그런 일이 없다고 펄펄 뛰었다.

“우리집에는 포졸들이 사흘에 한번씩이나 나와 감시를 하고 있는데 그런 첩자가 오겠는가?”

포졸들도 산적의 첩자가 주막에 온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박가라는 그 노련한 포졸은 젊은 포졸을 데리고 주막에 나타나 손님들을 살폈는데 몇년전에는 회양마을에서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던 강도를 잡았고 지난해에는 주인집 재산을 훔쳐 도망가던 노비도 잡았다. 그는 밥과 술 몇잔을 얻어먹는 것 외에는 주막집 주모나 손님들에게 횡포를 부리지 않았다.

포졸은 그날도 점심밥과 막걸리 두잔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물어봤다.

“그런데 아줌마 보름쯤전에 여기에 와서 병을 고치고 갔다는 아낙네가 어떻게 생겼던가요?”

“젊은 아낙네였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

“아니 그저 물어본 거야.”

그 여인은 산중에 있는 절에 가다가 급병이 생겨 웬 남자에게 엎혀왔는데 곰보주모는 여인이 높은 열을 내고 신음하는 것을 보고 얼른 안방을 내주고 사람을 보내 산기슭 마을에 있는 의원을 불러 주었다. 여인은 나흘동안 주막에서 의원의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포졸은 치료를 해준 의원의 이름만을 묻고 돌아갔다. 별일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후 또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다. 산적들에게 납치된 사대부집 작은마님이 산적두목의 첩이 되어 잘 살고있다는 말이었다. 곰보주모의 머리에 자기집에 머물렀던 젊은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예쁜 얼굴이었고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별로 말이 없었으나 어딘지 품위가 있어 보였다.

“설마….”

곰보주모는 그 소문을 못들은 체했다.

그런데 포졸이 다녀간지 사흘이 되던 날 큰일이 벌어졌다. 관아가 백명이나 되는 군졸과 포졸을 동원하여 산적토벌에 나섰다.

그렇게 많은 병력이 동원되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이번에는 군수가 산적두목을 잡겠다고 작심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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