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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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하긴 그곳에서는 군수가 바뀔 때마다 산적토벌이 벌어졌다. 그때마다 수십명의 포졸과 군졸들이 산적두목이 있는 산채로 쳐들어갔고 그 결과 대여섯명의 산적들이 죽었고 다른 산적들은 멀리 쫓겨났다. 산적두목을 잡아죽인 일도 있었다. 관아는 그런 전과를 발표하고 산적들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산적들은 다시 나타났다.

소문으로는 산적두목을 죽였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고 산적들을 멀리 쫓아버렸다는 말도 꾸며낸 거짓이라는 말이었다. 관군들은 산적들이 있는 요새로 쳐들어가기는 했으나 산세(山勢)에 밝은 산적들을 잡지 못해 큰싸움도 벌이지 못했으며 산적의 두목이라는 수급도 두목이 아니라 화살에 맞아죽은 조무래기라는 말도 있었다.

관아는 쉬쉬하고 있었으나 더 고약한 소문도 흘러나왔다. 산적들을 토벌 못하게 된 군수가 산적두목과 밀약을 맺었다는 말이었다. 산적들이 산에서 내려와 양반이나 부자들의 집을 습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관군이 더 이상 산적들을 쫓지 않기로 했다는 귓속말들이 퍼져나갔다.

사실 산적들은 산에서만 약탈질을 했지 산에서 내려오는 일이 없었고 관군의 토벌도 흐지부지되었다.

지금의 군수는 부임한지 3년이 되었으나 아직 산적토벌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부로부터 질책을 받아 어쩔수 없이 토벌에 나섰다는 소문도 있었다. 상부관 측실을 산적에게 납치당한 집안의 어른이라는 소문이었다.

아무튼 군수는 산적토벌에 나섰다. 포졸과 군졸들이 산에 올라왔고 총지휘를 하는 군수도 곰보주막에 나타났다. 군수는 군관과 아전들을 데리고 주막에 들어왔다. 그러자 아전이 곰보주모를 불러들여 말했다.

“지금부터 이 주막을 접수하여 토벌대의 본부로 쓸터이니 그렇게 알라.”

보통 주모같으면 엎드려 명을 받들었을 것이었다. 어느분이 내리는 명인데 감히 말대꾸를 하겠는가.

그러나 곰보주모는 달랐다.

“접수가 무슨말입니까요?”

“산적토벌이 끝날 때까지 토벌대가 이 주막을 쓴다는 말이니라.”

“그렇다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말라는 말인데 그래도 되는 것입니까? 우리가 손님을 받지 않으면 장안과 함흥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이 묶이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집주인인 우리식구들은 어디로 가라는 말입니까? 바깥에서 자라는 말입니까?”

“이런 고약한 년을 봤나?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그따위로 혀를 놀리느냐?”

군수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점잖게 말했다.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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