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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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토벌대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창과 칼로 산적들을 죽이기로 했으나 그렇게 당할 산적들이 아니었다. 바위투성이인 그 산정은 천연의 요새였다. 산적들은 동굴이나 바위틈에 숨어있다가 쳐들어오는 토벌대를 기습했다. 바위뒤에서 갑자기 뛰어나오기도 했고 바위위에서 뛰어내려오기도 했다. 산적들은 시퍼렇게 날이 선 무거운 칼을 휘둘렀고 그 칼에 맞은 토벌대원들이 피를 뿌리면서 쓰러졌다.

군관이 쳐들어가라고 독전을 했으나 토벌대는 산정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세를 잘 알고 있는 산적들이 어둠속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토벌대는 그들과 싸울 수 없었다. 토벌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산적들이 몇 놈이나 되었소?”

군수가 군관에게 물어봤다.

“서른명이 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중 몇명이나 죽였소?”

“대여섯명쯤을 죽였습니다.”

“이쪽 희생은 얼마나 되었소?”

“전사가 다섯명, 중상이 여섯명입니다.”

“이쪽 희생이 더 많다는 얘기로군.”

산적들을 대여섯명 죽였다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참담한 패배였다. 군관은 머리를 들지 못했다. 방안이 침통했다.

바깥에서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렸다. 중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실려온 것 같았다.

그때 늙은 이방이 들어와 군수가 불렀던 포수들이 도착했다고 알렸다.

“네가 정봉삼인가?”

군수가 포수 두목에게 물어봤다.

“그러하옵니다.”

40대의 깡마른 몸이었고 눈빛이 날카로웠다. 들고양이 껍질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었고 늑대껍질을 저고리위에 걸치고 있었다. 왼손에 화승포를 쥐고 있었다. 잘 손질이 되어있는듯 화승포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화승포는 얼마나 멀리 나가느냐?”

“백보쯤은 나갑니다. 그리고 범이나 곰의 두개골을 뚫을 수 있습니다.”

“그래.”

군수가 감탄했다. 그것이라면 쉰보 거리에서 군관이 쏜 화살을 칼로 쳐냈다는 산적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군수의 지시로 늙은 이방이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정포수 앞으로 밀어주었다.

“화약이니라. 나리께서 특별히 자네에게 하사하셨어.”

당시 화약은 포수들에게는 귀중품이었다. 민간인은 화역을 제조하거나 소지하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일부 포수들만이 비밀리에 그걸 구해 쓰고 있었다.

“나리께서는 자네와 자네의 수하들이 산적 토벌대를 도와주기를 원하고 계시네. 그렇게 해주겠나?”

정포수는 아무말이 없었으나 그건 거절할 수 없는 군수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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