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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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정포수가 주막에서 나오려고 했을 때 이방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말하면서 주막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이방은 안주를 시켜놓고 갖고왔던 소주를 내놓았다. 당시 소주는 증류주였으므로 값이 비싸 일반서민들은 마시기가 어려웠다.

이방은 청어와 명태 알등 귀한 안주로 정포수에게 술을 권했다. 취기가 좀 돌자 이방은 산적들과 싸운 관군이 참패를 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럴테지요. 산적들을 쉽게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포수는 관군이 바위나 나무들이 없는 산기슭에서부터 산꼭대기에 있는 산적들의 요새에 쳐들어간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산적들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등에 몸을 숨기면서 아래쪽으로부터 쳐들어오는 관군들을 쉽게 물리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포수는 또한 산적들의 요새가 있는 산의 서쪽에는 요새가 있는 산보다 훨씬 높은 산이 있다면서 만약 관군이 그 산에 올라가 아래쪽 산으로 쳐내려갔다면 유리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바위들이 많이 있는 산날을 타고 산적들의 요새에 쳐들어갔어야만 했다는 말이었다.

공명심에 사로잡힌 군관은 빨리 산적들을 잡을 생각으로 지세를 무시한 작전을 감행했는데 작전을 하루쯤 늦추고 멀리 높은 산으로 올라가 다음날 새벽에 쳐들어갔어야만 했다. 듣던대로 예사 포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우리를 도와주어야만 하겠어. 그렇게 해주면 오늘 자네에게 준 만큼의 화약을 매달 자네에게 주겠네…. 자네가 그밖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 들어 주겠고….”

두사람은 술을 더 마셨다. 정포수도 솔직하게 말을 하는 이방이 마음에 들었다.

“군수영감은 자네가 신출내기 군관밑에 들어가 그의 지휘를 받고 병사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원치 않아.”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가 수하인 포수들을 데리고 별도로 움직여달라는 말이야.”

“그렇다면….”

“자네는 산적들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놈들이 어떤놈들이고 어디서 어떻게 싸운다는 것을 자네는 다 알고 있지 않나.”

랬다. 포수들은 강원도와 함경도 일대에 있는 산림에서 사냥을 하면서 산림 요소요소에 있는 동굴이나 토굴에 은신소를 만들어 놓았다. 거기서 범 표범 곰 또는 멧돼지 사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도 하고 눈바람이 너무 심할 때는 거기로 대피하기도 했다. 그 은신처에서 포수들은 산적들의 움직임도 살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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