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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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포수들이 산적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산적들도 역시 포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그 일대 산중에 감시소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사람들이 통행하는 도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대여섯개의 감시소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약탈을 할 행인들을 선별하기도 했고 관군들의 동태를 살피기도 했다. 산적들은 그곳에서 사냥을 하고있는 포수들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포수들과 산적들은 서로 상대를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서로가 만나는 일도 있었으나 그들은 서로 싸우지 않았다. 만날 경우에도 서로가 외면을 하고 모른 척했다. 그들은 서로 상대를 두려워했다. 그리고 싸워봐야 득될 것이 없었다. 그들은 그 산림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이었으므로 평화롭게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포수들과 산적들 사이에는 그런 묵계가 있었다.

박포수는 가끔 곰보주막에 머물고 있는 손님들중에 수상쩍은 사람을 발견했다. 나그네를 가장하고 있었으나 산중에서 본 얼굴이 있었다. 나그네들의 동태를 살피려는 산적의 첩자인 것 같았으나 박포수는 그럴 때도 모른척했다.

곰보주모도 그런 것 같았다. 오래도록 그곳에서 주막을 경영했던 주모에게도 산적을 식별하는 눈이 있었으나 주모도 모른 척했다. 산적의 첩자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말썽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주막에 자주 드나드는 늙은 포졸도 그럴는지도 몰랐다. 포졸도 그곳에서 산적첩자를 잡은 일이 없었고 잡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공연히 산적들을 자극하면 산적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을 습격할지도 몰랐고 양반이나 부잣집을 털지도 몰랐다. 관아를 습격할 위험도 있었다.

이방과 정포수는 꽤 오래도록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방은 털어놓고 얘기를 했고 정포수도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방이 또 말했다.

“군수 나리는 자네가 산적의 두목을 사살해주기를 원해. 관군과 별도로 비밀리에 움직이면서 산적 두목을 저격해 달라는 말씀이야.”

이방은 밖에서 엿듣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말했다.

“그런데 산적 두목의 옆에는 여인이 한사람 있어. 그 여인은 한양에 계시는 어느 대감의 측실이었는데 서너달전에 함경도에 있는 친정으로 가려다가 산중에서 산적들에게 납치되었어. 그런데 산적들은 그 여인을 죽이지 않았어. 여인을 인질로 삼고 몸값을 요구하지도 않았어. 산적의 두목이 그 여인을 데리고 살고 있어. 아주 마누라로 삼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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