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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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여인이 데리고 온 사나이들은 모두가 형편없는 친구들이었다. 병졸 두명은 울긋불긋한 관복을 입고 있었으나 무기는 석자도 안되는 몽둥이 뿐이었고 지게를 진 하인 두사람은 아예 무기가 없었다. 주막에서 데리고 온 안내인들은 창을 갖고 있었으나 그들은 산적들이 나타나자 얼른 창을 버리고 도망갔다. 병졸과 하인들도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도망가버렸다.

여인의 잘못은 곰보주막에 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인은 곰보주막 아래쪽 길가에 있는 주막에서 머물고 곰보주막에는 들르지 않았다. 만약 여인이 곰보주막에 머물렀다면 정봉삼등 화포를 갖고있는 포수들이 경호를 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산적들은 여인을 습격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산적들은 화포를 갖고 있는 포수들은 습격하지 않았다.

남자들이 모두 도망가자 산적들은 물건들을 약탈하고 여인을 산채로 끌고갔다. 그럴 경우 산적들은 우르르 덤벼들어 납치 여인을 집단으로 겁탈했는데 그때는 두목이 고함을 질러 그걸 말렸다.

산적 두목은 그 여인을 자기의 옆에 두고 독점했다. 두목이 그렇게 해도 며칠이 지나면 여인을 부하들에게 넘겨주어 고루 재미를 보게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그 여인만은 아예 첩으로 삼았다. 부하들도 여인을 두목의 마누라로 간주하여 존대를 했다.

두목은 전날 토벌대가 쳐들어왔을 때도 철저하게 여인을 보호했고 산채에서 도망갔을 때도 여인을 데리고 갔다. 부하들을 지휘하는 일까지도 하지 않고 여인을 보호했다는 말이었다.

포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거짓이 드러나면 즉석에서 죽을 것이었기에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방은 그날밤 주위를 살피면서 은밀하게 말했다.

“너를 살려줄테니 심부름을 하나 해주겠나?”

“그럼요. 목숨을 살려준다면 뭣이든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 너를 풀어줄테니 두목에게 돌아가 여인을 관군에게 넘기라고 말해. 여인만을 넘겨주면 토벌대는 더 이상 추격을 하지 않고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산적토벌을 하지 않을 것이다.”

포로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이방은 그를 풀어주었다. 물론 그런 조치는 군수와 상의를 한 것이고 군관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약속한 다음날 정오까지 산적두목으로부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군수는 크게 실망했다.

“그렇다면 다시 추격을 해. 그리고 두목을 죽이고 여인을 데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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