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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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군수의 명령에 따라 관군은 다시 추격전을 벌였으나 역시 고전이었다. 산적들은 관군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면서 치고 빠지는 싸움을 했다. 산세를 잘 알고있는 산적들은 바위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산림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추격해오는 관군들을 괴롭혔다. 그들은 계곡으로 도망가는척하면서 관군들을 계곡으로 유인하여 그 위에 있는 바위산에서 활을 쏘고 바위들을 굴려 떨어뜨리기도 했다.

산적들은 또한 관군들의 뒤로 돌아가 관군의 보급대를 기습하기도 했다. 관군은 그런 싸움에서 대여섯명의 사상자를 냈으나 그래도 추격을 계속했다. 관군은 사흘후에 다시 스무명쯤 되는 지원군을 받아 총공격을 가했으나 산적들이 갑자기 없어졌다. 산적들은 함경도측에 있는 높은 산으로 도망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무렵 군수가 머물고 있는 곰보주막 멍석방에 화살이 하나 날아왔는데 화살에 종이가 말려있었다. 산적두목이 군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군수영감 보시오'라고 적혀있는 그 편지에서 두목은 여인을 관군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여인은 자기의 처인데 처를 어떻게 적에게 넘기겠느냐는 말이었다.

그건 여인만 돌려주면 관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앞서의 군수 제안에 대한 답변이었다.

산적두목은 자기를 구민의병대(救民義兵隊) 대장이라고 호칭하면서 군수에 대한 예의도 지키고 있었다.

두목은 자기들은 함경도측에 있는 산중으로 철수하고 다시는 그곳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관군이 소용없는 추격전을 그만두고 돌아간다면 자기들은 다시는 강원도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제안은 받아들일만 했다. 산적들이 함경도측에 있는 산중으로 철수하면 강원도에 있는 산적들을 그리로 쫓아버렸다는 결과가 된다. 그렇다면 여섯구쯤되는 산적들의 시체를 관아로 끌고가 목을 베어 매달아놓고 산적두목과 그 수하들을 죽였다고 상부에 보고하면 된다. 시체중의 하나를 두목이라고 주장하면 된다. 그러면 토벌작전은 성공한 셈이 되고 상부로부터 포상을 받을지도 몰랐다.

만약 한양에 있는 대감으로부터 여인을 꼭 구출해달라는 간곡한 분부를 받지 않았다면 군수는 두목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그러나 산적두목은 여인은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자기의 애첩을 무슨 일이 있어도 구출하겠다는 칠순 대감의 집념도 대단했지만 산적의 여인에 대한 집념도 그에 못지않았다. 산적의 두목도 그 여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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