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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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정포수는 산짐승처럼 빨랐다. 그는 산적을 앞질러 그 앞을 막았다. 산적은 총을 겨누고 있는 정포수를 보고 여인을 내려놓고 도망갔다. 정포수는 그를 쏘지 않았다. 차마 짐승이 아닌 사람을 겨냥해 총을 쏠 수 없었다.

정포수는 다른 포수들에게도 더이상 산적들을 추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서로 싸우지 않기로 한 관례를 깨트린 산적들에 대한 응징은 그것으로 끝났으며 산적들을 소탕하는 일은 관군에게 맡겼다.

정포수는 여인을 데리고 인근에 있는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포수들이 평소 사냥기지로 쓰던 동굴이었으며 햇빛이 스며들어와 안은 비교적 밝았다.

여인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졌고 옷이 찢겨져 있었으나 무섭도록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과연 칠순의 대감과 사나운 산적두목의 혼을 사로잡을만한 미색이었다.

여인은 손에 조그마한 칼을 쥐고 정포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조의 여인들이 정조를 지키기 위해 늘 지니고 다니는 칼이었는데 그 여인은 누구에 대한 정조를 지키려고 그러는 것일까?

“칼을 버리시오. 나는 당신을 해칠 생각이 없소.”

정포수는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이곳 포수들의 두령이오. 군수영감의 지시로 산적들에게 납치된 당신을 구출하려고 왔습니다. 한양에 계시는 대감이 당신을 지극히 염려하고 계십니다. 대감은 죽기 전에 당신을 꼭 보고싶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구출하라고 분부하셨지오.”

그 말을 듣고도 여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여인은 독기를 품은 태도로 말했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물론 한양에 계시는 대감댁으로 모셔다 드려야지요.”

여인은 고개를 쳐들고 정포수를 똑바로 봤다.

“싫어요. 나는 그리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정포수는 크게 놀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감이 그토록 당신을 원하고 계시는데 돌아가지 않겠다니요?”

“싫어요. 나는 절대로 거기에 가지 않겠습니다. 힘으로 끌고가겠다면 이 칼로 목을 찔러 죽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할 기세였다.

정포수는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

“당신은 대감의 측실이고 대감은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싫어요. 대감이 무슨 말씀을 하든 나는 다시는 대감 곁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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