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손님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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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대감은 밤마다 나를 괴롭혔습니다. 뱀처럼 나의 몸을 감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나이도 모르고 여자를 괴롭히기만 했지요.”

무슨 뜻인지 알만 했다. 대감은 그 여인을 사랑했으나 늙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던 것 같았다.

“돌아가지 않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오.”

“여기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구민장군(救民將軍)을 기다릴 것입니다.”

구민장군이란 산적의 두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는 산적의 두목이오. 그는 당신을 납치하고 겁탈한 자입니다. 그런 자에게 돌아가겠다는 말입니까?”

“그래요. 그는 나의 남편입니다.”

처음에는 겁탈을 당했으나 함께 살면서 정이 붙은 것 같았다. 건장한 사나이의 힘이 여인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여인은 쥐고 있던 은장도와 머리에 꽂고 있던 금비녀를 뽑아 정포수에게 넘겨주었다.

“이것들을 대감님에게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오래도록 보살펴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이런 나쁜년을 잊어버리고 만수무강하시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여인은 그러면서도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산적두목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도망갔소. 총탄에 맞았으니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여인이 고함을 질렀다.

“아니오. 그는 나를 버리고 도망갈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돌아올 것입니다. 반드시 돌아와 당신을 죽이고 나를 구해줄 것입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바깥에서 화살이 날아왔고 고함소리가 들렸다. 산적두목이었다. 그가 여덟명쯤 되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쳐들어오고 있었다. 전신이 피투성이였으나 칼을 지팡이 삼고 비틀거리면서도 쳐들어오고 있었다.

정포수가 총을 들어올리자 두목이 고함을 질렀다.

“나의 처를 돌려주시오. 그러면 우리는 조용하게 되돌아갈 것이오. 우리는 함경도에 들어가 여기에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오. 내 말이 들리오. 내 말을 명심하시오.”

그건 타협을 하자는 호소였고 처를 살려달라는 애원이기도 했다.

그때 동굴안에 있던 여인이 뛰어나왔다. 그녀는 정포수를 뿌리치고 산적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여인은 토끼처럼 빨랐다.

정포수는 총을 들어올렸으나 이내 내렸다. 기구한 운명에 빠져 울고있는 그 여인을 어떻게 죽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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