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주막 사람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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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여인은 바로 두목의 품에 안겼다. 여인은 그 품안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두목이 정포수에게 창을 던지려는 부하를 제지했다. 그는 여인과 부하들을 데리고 되돌아가다가 정포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고맙다는 인사인 것 같았다.

포수들도 더 이상 산적들을 추격하지 않았고 관군들도 그랬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둠속에서는 추적을 할 수 없었다. 관군들은 열서너명쯤 되는 산적들의 시신을 끌고 본부가 있는 곰보주막으로 돌아갔다. 군수가 군관과 병사들을 치하했다.

“수고들 했소.”

군수는 정포수와 포수들도 치하했다.

그만하면 토벌작전은 성공했다고 간주할 수 있었다. 산적들의 대부분을 죽였고 두목과 수하들도 죽였다고 상부에 보고할 수 있었다. 시체들중에 두목이 없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다. 산적두목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때 멍석방은 승전의 기분에 들떠 있었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대감의 측실을 구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군수와 늙은 이방이 내밀하게 정포수를 주막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정포수는 사실대로 말했다.

이방이 정포수가 내놓은 은장도와 금비녀를 보고 말했다.

“그래 그 요망한 년이 제발로 산적두목에게 도망갔다는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자네는 뭘하고 있었나? 그년을 쏘아 죽이지 않고….”

정포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으나 군수가 조용하게 말했다.

“아니오. 대감측실을 쏘아 죽이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오. 대감은 그걸 원하지 않을 것이오. 비록 자신을 배신한 여인이나 대감은 그 여인이 살아있기를 원할 것이오.”

군수의 말이 옳았다. 사흘후에 대감은 군수로부터 은장도와 금비녀를 받고 아무 말이 없었다. 군수는 여인이 산적두목에게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그저 잘있었다고 말했으나 대감은 사실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감은 그래도 조용하게 말했다.

“아직 살아있다는 말이지요. 그럼 됐소.”

대감은 군수에게 적지않은 사례금을 주기도 했다.

다음날 산골주막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곰보주모는 군수가 내린 쌀과 술로 잔치를 마련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중에는 정포수등 포수들이 있었고 인근 절에서 온 스님들도 있었다. 늘 다니는 포졸들도 왔고 불청객들도 왔다. 평소 외상술을 마시려다가 구박을 당하는 장돌뱅이들도 그날은 버젓이 대접을 받았다.

모는 여전히 고함을 지르고 있었으나 즐거운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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