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과 야생동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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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아프리카의 수렵족에게 사자와 물소가 싸우면 어느쪽이 이기느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물소가 이긴다고 대답한다. 사자와 물소는 모두 무리동물이기 때문에 집단으로 싸우기도 했는데 양측 수가 같다면 물소측이 이긴다는 말이었다.

사실 사자의 무리는 물소의 무리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건 희생이 뒤따르는 무모한 싸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사자들은 가끔 물소들의 주위를 돌면서 기회를 노리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럴 때는 오히려 물소들이 사자들을 공격하여 쫓아버렸다. 백수의 왕은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도망갔는데 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사자와 물소가 1대1로 싸워도 사자는 물소를 이기지 못한다. 몸무게 200㎏의 사자는 크게 500㎏이나 되는 물소에게 힘에 밀렸다. 사자는 순발력이 강해 빠른 속도로 물소를 덮쳤으나 물소에게도 무서운 돌진력이 있었다. 사자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으나 물소에게는 칼날 같은 뿔이 있었다. 사자가 물소의 목줄을 물어 죽이는 경우보다 물소의 뿔에 받혀 공처럼 날아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자가 물소에게 이길 수 있는 경우는 여러마리의 사자들이 한마리의 물소를 공격할 경우였는데 그때도 으레 한두마리의 사자가 죽거나 크게 다쳤다. 아프리카 차보지역에서 현상금이 걸린 식인 사자들을 사냥했던 영국인 존 스미스는 1907년 가을에 세마리의 암사자들이 한마리의 물소를 사냥하는 것을 봤다. 그 물소는 젊은 수컷이었는데 다가오는 암사자들을 곁눈으로 보면서 도망가지 않았다. 물소는 암사자들이 바로 앞에서 으르렁거리자 대가리를 나직이 숙이고 앞발로 땅을 긁었다. 야생이나 가축을 막론하고 소종류들이 쓰는 시위였고 경고였다.

암사자들은 공격을 못하고 주변을 돌고 있었는데 그때 수사자 두마리가 달려왔다. 보통 수사자들은 사냥을 암컷들에게 맡기는 법이었으나 암컷들이 감당하지 못할 강적일 경우에는 사냥에 참가했다.

싸움이 벌어졌다. 수사자 한마리가 땅을 차고 도약하여 물소의 등에 탔고 다른 한마리가 물소의 목줄을 노려 덤벼들었다. 그러자 물소가 대가리를 흔들면서 뿔로 목줄을 노리던 수컷을 걸어 던져버렸다. 사자는 3, 4m나 공중으로 날아가 저쪽 나무뿌리에 부딪쳤다. 아랫배가 찢겨져 있었다.

피를 본 사자들이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물소도 고함을 지르면서 반격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으로 물소는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거렸는데 그때 저쪽에서 대여섯마리의 물소들이 나타났다. 그 물소들이 싸움판에 뛰어들자 사자들은 물러섰다. 사자들은 거의 다 잡아놓은 먹이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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