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과 야생동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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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 싸움은 물소들의 승리였다. 젊은 물소는 만신창이가 되어 결국 죽을 것 같았으나 사자측에서는 수사자 한마리가 죽고 암사자 한마리도 중상을 입어 절름거리면서 도망갔다.

아프리카의 물소는 사납고 강했다. 표범 치타 따위는 그 가까이에 가지도 않았고 하이에나나 리카온(들개)등도 주위에 얼씬거리지 못했다.

물소들은 사람들과도 싸웠다. 활과 창으로 물소사냥을 하던 원주민사냥꾼들이 많이 죽었다. 총을 갖고 있는 백인사냥꾼들도 희생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백인사냥꾼들을 가장 많이 죽이는 맹수는 사자나 표범이 아닌 물소였다. 백인사냥꾼들은 빅 스리 헌팅(3대 큰사냥)으로 사자 표범 물소를 꼽고 있었으나 그중에서도 물소는 가장 위험한 사냥이었다.

아프리카의 물소 뿐만아니라 야생소들은 거의 모두가 용맹했다. 인도나 동남아의 밀림에 사는 여러 종류의 들소들은 범이나 표범과 당당히 대결했고 무리싸움이나 개별싸움에서도 이겼다. 인도의 범도 그런 들소들을 사냥감에서 제외했다. 그 사나운 짐승을 어떻게 사냥하겠는가.

그렇다면 야생소가 아닌 가축소는 어떠한가.

한국에는 예부터 가축소가 많았다. 소는 개와 함께 가장 사람들과 가까운 가축이었는데 체격이 당당했고 그만큼 힘도 강했다.

한국의 농민들은 그 거대하고 힘이 센 가축을 사랑하면서 그 엄청난 힘을 믿고 있었다. 한국의 농민들은 각기 자기 소의 힘자랑을 하면서 싸움을 붙였다.

그런데 1890년 늦가을 경북 김천 인근에 있는 어느 주막집 앞마당에 네명의 소장수와 여덟마리의 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날 김천에서 열리고 있는 소시장에 가려고 모였는데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범이 인근 산에 돌아다닌다는 소문이었다. 나무꾼들이 그 발자국을 봤고 범의 포효소리를 들은 사람도 있었다.

주막집 주인은 하루를 더 기다려 포수들을 불러 그들의 경호를 받으라고 충고했으나 소장수들은 그 말에 따르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소. 우리에게는 여덟마리나 되는 소들이 있어. 모두가 건장한 소이고 저기 저놈은 소싸움에서 2등을 한 놈이오.”

소장수와 소들은 정오께 주막을 떠났다. 그들은 달구지등도 갈 수 있는 큰 길을 가고 있었다. 범이 나온다는 소문때문에 길은 텅비어 있었으나 범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행은 그날 하오 늦게 어느 구릉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곳을 넘어가면 김천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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