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과 야생동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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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그 고개너머에 범이 숨어 있었다. 한국의 범은 역시 숙련된 사냥꾼이었다. 범은 고개너머에 있는 마른 풀속에 숨어있었으므로 사람도 소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범은 또한 맞바람을 받고 있었으므로 그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범은 서두르지 않고 소와 사람들이 고개를 넘어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들은 그제야 범의 냄새를 맡았고 사람들도 범을 발견했다. 얼룩무늬의 범이 마른 풀안에 숨어 있었으므로 그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번쩍이는 눈빛이 보였다. 파란 눈빛은 요사스러웠고 사람들의 신경을 마비시켰다.

“범이다. 범.”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얼른 소들의 고삐를 놓아주면서 격려했다.

“덤벼 덤벼.”

소들은 덤비지 않았다. 앞발로 땅을 긁어 시위를 하면서 대가리를 흔들며 범에게 덤벼들 줄 알았는데 소들은 덤벼들지 않았다. 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돌려 도망갔다. 눈이 뒤집어졌고 입에 거품을 품고 있었다.

소싸움판에서 2등을 했다는 큰소도 역시 그랬다. 소문에는 그럴 경우에는 소들이 주인을 지킨다지만 그 소들은 주인을 지킬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믿었던 소들이 모두 도망가버리자 사람들도 사람살리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뿔뿔이 도망갔다. 다행히 범은 사람들에게는 덤벼들지 않았다.

범은 서두르지 않았다. 범은 도망가는 소들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그 중 한마리를 노렸다.

범은 그 소를 추격했다. 범은 광란상태에 빠진 그 소를 계곡으로 몰아넣었다. 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도살장에서 듣던 짧은 외마디소리였다. 일격에 쓰러뜨린 것 같았다.

다른 소들은 그 길로 출발했던 주막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밥상을 받고 있던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중 한마리는 도망오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게 웬일일까?

그들의 동족인 아프리카의 물소는 단 한마리가 여섯마리의 사자들과 용감하게 싸워 그중 한마리를 죽이고 다른 한마리에게 중상을 입혀 놓았는데 한국의 소들은 여덟마리가 한마리의 범을 당해내지 못했다. 겁에 질려 주인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때 나타난 범은 그전에도 산골마을에 들어와 대여섯마리의 소들을 물고 간 놈이었다. 사람들은 뒤늦게 포수들을 앞세워 범을 추격했으나 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반쯤 뜯어먹힌 소의 사체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 후에도 범을 추적했으나 잡지 못했다. 현상금을 걸어봤으나 역시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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