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발상지는 모슬포...육군 29사단 발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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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1954년 설치 후 친북인사 연루되면서 1980년대 매몰됐다 복원
▲ 1954년 대정읍 상모리에 건립된 육군 제29사단 발상탑. 사단장인 최홍희 소장의 친필로 앞면에 ‘강건한 체력’이 새겨져 있다. 이 탑은 1985년 땅에 매몰된 것을 다시 발굴해 세워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4년 전북 무주가 태권도공원을 유치하면서 대정읍 주민들은 상실감이 컸다.

주민들 스스로 유치위원회를 구성, 범 도민운동을 벌였고 서울에서 설명회를 여는 등 발 벗고 나선 유치 활동이 물거품이 되면서다.

국기(國技)이자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가 될 태권도공원을 유치하려 했던 것은 태권도 발상지가 모슬포였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모슬포엔 육군 제1훈련소가 들어섰고, 1953년 훈련소에서 1·5·8연대를 예하 부대로 육군 제29사단이 창설됐다. 초대 사단장은 최홍희 소장이 맡았다.

최 소장은 일본 주오(中央)대 유학시절 가라테를 익혔다. 그의 인생은 부대 창설 1주년 기념식에서 결정적인 전기를 맞았다.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무술 시범을 보였는데 이를 계기로 ‘태권도’라는 휘호를 받게 됐다.

1950년 초까지 당수도, 공수도, 권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전통 격투기를 하나로 묶어 그는 ‘태권도’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기네스북에 태권도 창시자로 최홍희가 오른 이유다.

부대 경례 구호는 ‘태권’이었고, 한반도 지도 안에 불끈 쥔 주먹이 부대 마크가 됐다.

그는 부관인 남태희 대위와 함께 부대 태권도시범단을 주축으로 제주에서 ‘오도관(吾道館)’을 창설했다. 이후 전군에 태권도가 보급됐으며, 창헌류 틀(품새)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1954년 부대가 강원도로 옮기게 되자 그는 대정읍 상모리 농남못 인근에 ‘육군 제29사단 발상탑’을 건립했다.

높이 5.5m, 둘레 14m의 비석에는 3면에 ‘강건한 체력’, ‘만만한 투지’, ‘철저한 훈련’을 새겨 놓았다. 주먹이 음각된 부대 마크가 또렷해 속칭 ‘주먹탑’으로 널리 불려 지게 됐다.

전역 후 그는 순탄치 않을 길을 걸었다.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창설된 뒤 총재로 취임했지만 당시 최고 실세에게 복종하지 않으면서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1972년에는 ‘동백림사건’ 등 각종 정치적 사안에 휘말려 캐나다로 망명했다.

망명 후 친북 인사로 분류됐고, 1973년 한국에서 만든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대립하게 됐다.

국제태권도연맹은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대회를 열었으나, 남한의 세계태권도연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식 국제기구로 인정받으면서 활동이 위축됐다.

29사단 발상탑도 수난을 겪었다. 1985년 11월 고위 인사가 모슬포 비행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모 기관에서 친북인사와 연루된 발상탑을 한 밤중에 매몰해 버렸다.

굴삭기를 동원해 탑이 세워졌던 자리에 땅을 파고 묻어 버린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대략적인 사정은 짐작했지만 그 시절엔 탑이 매몰된 사실을 함부로 발설하지 못했다.

1999년 12월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지역구 도의원이었던 강호남씨는 당시 사건을 세간에 폭로했다.

이어 발굴과 복원을 촉구하면서 4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 대정읍개발협회와 상모리청년회가 주축이 돼 2000년 11월 15년 동안 묻혀있던 발상탑을 발굴했다.

하지만 발굴 당시 탑은 3등분으로 동강났고, 글씨도 심하게 훼손됐다. 강수일 대정읍개발협회 회장은 복원을 위해 캐나다에 망명 중인 최홍희 총재로부터 탑에 새길 친필을 받아왔다.

그런데 부서진 조각을 붙여 각인된 글자를 복원하는 데 전문적 기술이 부족했고, 예산도 모자랐다. 또 공사를 하던 인부가 추락 사고를 당해 복원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로 인해 발굴 후 4년이 지난 2004년 3월에야 원형을 유지한 발상탑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를 계기로 ‘모슬포와 태권도’를 제목으로 회고록을 집필한 강호남 전 의원은 태권도공원 유치에 앞장섰다. 정례회의 도정 질문 때마다 발상탑의 문화재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강 전 의원은 “모슬포가 태권도 발상지인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용역을 입안,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북이 주축이었던 국제태권도연맹(ITF)에 대한 이념적 갈등 때문에 공무원들은 용역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태권도공원을 무주로 결정한 것은 후보지 선정에 대한 역사와 고증을 외면한 정치적인 논리에 따른 것이지만 당시 제주도와 남제주군이 반론 제기를 않고 포기한 것이 더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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