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과 대정읍 주민 치료했던 제98육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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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터는 현재 대정여고 들어서
▲ 1955년 98병원 장병들이 순직자 3명을 기리기 위해 대정읍 하모리 노른곶에 세운 충혼비. 이름 위에 새긴 군의(軍醫) 마크는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히지만 비석은 방치된 상태다.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가 창설되면서 직할병원으로 제98육군병원이 모슬봉 남쪽에 들어섰다. 주 병동은 돌로 지어진 석조건물로, 막사까지 합쳐 50개 동에 400개의 병상을 갖췄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부상자가 늘면서 부산의 육군병원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중환자는 이곳으로 후송됐다.
여기에 훈련 중 부상을 당한 장병을 비롯해 대정읍 주민들과 피난민들에게도 무료로 진료를 해줬다. 대정고 학생들은 부상당한 병사를 위문하러 병원을 찾기도 했다.

야전병원 특성상 사망자가 많았고, 병원 인근의 노른곶에선 많게는 하루 15구의 시신을 화장했다.

사료와 증언에 따르면 군의관과 간호장교, 위생병들은 부상병들을 치료하느라 늘 격무에 시달렸다.

치료에 헌신하다 피로가 누적된 가운데 전시에 닥친 여러 사유로 끝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노른곶에 세워진 ‘충혼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소령 김의헌, 하사 윤기만, 일병 박희덕이 새겨진 충혼비 앞면에는 군의(軍醫) 마크가 있다.

뒷면에는 ‘겨레 위해 몸 바친 제 영위의 공적은 기리 조국 위에 비치오리 단기 4288년(1955년) 10월 31일 제98육군병원 장병 일동’이라고 새겨 있다.

장병들이 성금을 모아 순직자 3명을 위해 비를 세운 것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1954년 국군의무사령부가 창설되면서 98병원은 1956년 군산으로 이설됐다.

대정여고는 1964년 이곳에서 개교했고, 6개의 교실을 병동 건물로 사용했다. 1980년대 초반 병동 건물이 철거되고 1개 동만 남아 있으며, 현재 다목적실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전장에서 피를 흘린 부상병들과 의무병들이 숱하게 지나갔을 98병원 정문은 유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4년 전 사라져 버렸다.

정문 기둥은 2008년 8월 밭 경작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허물어진 후 돌무더기로 변해 버렸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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