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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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수필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5·31지방선거의 스타트 라인에 즐비하게 늘어선 ‘동네 정치인’은 물론, 2007년 겨울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옥좌에 등극하려는 ‘대권주자’들이 출발 총성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카지노 게임과 같은 한 판 승부이다 보니, 한켠에선 벌써 ‘부정출발’에 대한 시비로 볼썽사나운 멱살드잡이가 일어나고 있고, 호시탐탐 경쟁자의 약점을 노리는 주자들의 눈들에는 살기어린 핏발이 서 있다.

그런데도 정작 선거라는 이름의 격전장인 ‘민심의 바다’는 태풍전야처럼 무섭도록 적막하다.

양극화의 희생양이 되어 허리가 휘는 민초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북 치고 장구 치며 놀아나는 그들의 추태에 배신과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처럼의 걸판진 축제여야 할 각종 선거가 오히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는 이전투구로 전락하는 바람에, 선거가 끝나면 이웃사촌 간에도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며 서로 서먹서먹해하고, 심지어는 눈을 흘기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으니, 어디 대놓고 이야기나마 속 시원히 할 수 있으랴.

물론 ‘그들만의 리그’ 로 진행되고 있는 파행적 정치현실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민초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후보자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가벼이 하고, 대신 하도 오래 되어 이제는 벌겋게 녹이 묻어나는 지연, 혈연, 학연, 그리고 정체불명의 ‘바람’ 또는 ‘세몰이’라는 관행의 사슬에 묶여 노예처럼 끌려 다녔는가 하면, 그들이 던져주는 달콤한 유혹에 기미되어 투표용지에 붓두껍을 잘못 눌렀던 원초적 선택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흘러가 버린 강물의 줄기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을.

대신 ‘그들만의 정치’ 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서 기인한 무관심과 냉소를 거두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선거 혁명으로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나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절대 절명의 아젠다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정치는 우리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차제에 지극히 외람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입신영달의 사리사욕, 또는 족보나 명정, 비석에 이름 석 자 남기려는 치졸한 마음으로 선거라는 중차대한 경기의 스타트라인에 선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마음을 비우고 내려와야 한다. 그 길이 자신은 물론 국가와 민족을 위한 나름대로의 선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이번에야말로 ‘탁월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의 부끄러운 선거문화에 조종을 울리고, 누가 진정 우리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심사숙고하고 검증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삶과 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인으로 작용했던 지난날의 악몽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돌아온 정치의 계절, 이번부터라도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축제로 승화되고, 축제 후에는 승자와 패자가 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설로 한국정치사의 보고에 갈무리되기를 빌어 본다. (고권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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