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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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땅거미가 질 무렵 산사의 범종소리를 들으며 한라산 관음사 일주문으로 들어섰다.

즐비선 돌부처들이 영접하듯 나를 반기며 맞이한다. 한라산 줄기 뻗어 감싸 안은 듯 신비하게 자리 잡은 관음사. 100여 년의 세월을 안고 내뿜는 관음사의 맑고 푸른 기운과 나무숲 사이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상큼함을 더해주고 있다.

대승종찰인 관음사의 저녁은 고즈넉하다. 일주문을 지나 15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 소나무 숲 사이로 거닐다 보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정각들이 한라산을 등에 업고 제주시를 향하고 있다.

국토와 지역을 지키는 신령스런 수호신이 모셔진 산신각이나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고유 신앙인 천신 신앙의 상징인 칠성각, 석가여래부처의 법을 미래 용화세계 교주로 출연하시는 미륵부처께 전하기 위하여 선정 중에 계신 나반존자를 모시는 독성각, 부처님 제자 중 대표적인 16분의 제자를 모시는 라한전 등 모두가 고려시대 건축양식으로 중건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밖에 관음사 성역화란 이름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선방 등 40여 개의 고려양식의 건물들이 이곳에 들어설 계획이란다.

또 개인과 가정의 소망 성취와 나라발전, 시대적 과제인 남북통일을 발원하면서 그리고 일체의 액을 소멸하고 뜻하는바 소원을 성취해 달라고 발원하면서 개개인이 조성하고 있는 만불상이 가슴 깊은 곳의 고통을 달래주는 듯하다.

새롭게 조성된 정각들을 뒤로하고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4·3유적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이곳 관음사의 위치가 전략상 요충지였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토벌대와 입산무장대가 이곳을 중심으로 상호간에 첨예하게 대처하여 격전을 펼쳤던 흔적이다. 이로 인해 관음사도 안타깝게 전소되어 폐사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 탓인지 제주최고의 기도 도량인 옛 모습 자체가 사라져 가슴이 아리다.

관음사는 불교전래 초기에 창건되어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근거는 제주의 여러 가지 전설, 설화 등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고, 동국여지승람이나 탐라 지에 조천 포구 위에 있었다고 하는 기록에서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전성기를 이루었던 제주불교는 조선 숙종 때인 1702년 당시 목사 이형상에 의해 제주의 사찰들이 완전히 폐사되었고, 관음사는 이후 1908년 비구니 안봉려관 스님이 이곳에 복원 중창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관음사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 대웅전에서 들리는 목탁소리는 성역화 불사의 원만한 성취를 기원하고 있다. (현태용 제주문화원 사무국장...2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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