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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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교정의 화사한 벚꽃이 눈으로 내릴 즈음이면 여학생들은 쏟아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려 발을 동동 구른다. 왜 지는 꽃을 받으려는지 그 까닭을 물으니 그 꽃잎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아무렴 누구의 장난인 줄은 모르나 그 고운 속셈에 탄성을 질렀었다. 그리곤 떨어진 벚꽃을 주우면서 마지막 사랑이 아름답기를 소녀처럼 빌었었다.

짧은 것은 아쉬운 법이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처럼 며칠간의 짧은 사랑,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는 아들의 거수경례, 한여름 밤 별똥별의 파란 섬광과 노오란 은행잎이 쉼 없는 추락, 아스팔트에 떨어져 녹는 함박눈의 윤무, 그믐달 새벽의 짧은 반짝임. 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젊은 시절이 짧기에 아쉽고 아름다운 것이지 한평생 싱싱한 피부라면 누가 젊음을 부러워하겠는가.

떨어지는 것이 아름답다.

지지 않는 꽃은 외려 추할 것이다. 떨어지되 동백이나 벚꽃처럼 두 손 다 놓고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 손으로 가지 끝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대는 흰 목련의 구차한 모습은 고운 봄을 얼룩지게 한다.

벚꽃 지는 날 아침의 짧은 생각 한 토막.

5월 31일, 꿈을 활짝 펼치려는 수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여의주를 잡고 웃는 모습보다 고개 숙여 떨어지는 모습이 벚꽃처럼 고울 일이다. 그리곤 말없이 돌아설 일이다. 어깨가 처질지라도 최선을 다한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눈처럼 떨어지는 벚꽃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벚꽃 진 자리 까맣게 익는 버찌의 시고 단 맛을 생각하며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떨어짐과 그 열매에 대하여…. (고성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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