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 특별한 여운(餘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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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을 보내는 길목. 창밖, 처절하게 아름다운 붉은 참꽃들의 속삭임이 4·3추모제를 떠올린다.

올해는 역사에 남는 추모제가 될 것이란 얘기 속에 공연 요청을 받은 순간, 알 수 없는 전율이 가슴을 후비면서 걱정에 짓눌렸다.

가슴 치는 분노와 서러움을 새겨온 4·3 님들의 한(恨)을 달래야 하는 작품에 대한 뜨거운 집념과 지난날 대통령께서 참석한 행사에서 여러 통제(?)로 인해 공연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은 공연에 대한 중압감으로 다가섰다.

‘님들의 선홍빛 애틋한 고향사랑이 후손들이 이 섬에 태어남을 자랑스럽게 생각토록 하고 세계로 비상하는 오늘의 제주를 지원하여 주시는데 감사드리며, 이제 한(恨)을 풀고 영면에 들도록 기원함’을 작품 주제로 하였다.

세 번 헌팅을 통해 결정한 장소(祭壇)와 소품(신칼)이 걱정됐다.

제단의 무대화나 소품(신칼)은 지난날 VIP 의전과 경호기준으로 볼 때 문제가 될 사항이다.

짧은 기간으로 인해 안무담당을 포함한 단원들이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현장연습을 강행하는 열정을 보였던 가운데 여건허락을 받아내는 것은 감독 책임이기에 고민하며 행사 중앙지원팀을 만났다. 대화 순간, 걱정들은 산산조각나기 시작하여 한낮 기우가 됐다. 우려했던 장소와 소품은 문제없이 통과되었다.

더구나 “진혼무(鎭魂舞) 작품을 우선으로 필요한 요구사항은 가능한 모두 들어 주겠다”는 책임자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네 행사에 공연은 의전과 경호에 밀려 더부살이처럼 취급되어 본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왔는데 의전과 경호보다 작품을 우선 대접(?)한다니 제 정신(?)에서 하는 말로 들리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열린 의식은 새로운 감동과 문화 출발의 계기가 되는 것이 틀림이 없다.

격식 차린 행사공연도 마음과 마음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네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마음에서 지원받은 진혼무가 잔잔한 감동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면서 수십 년이 흐르면 이것 또한 제주도의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대통령께서 남긴 강한 여운과 유족회장이 감정을 억누르며 토해낸 감동, 심금을 울렸다는 도민들의 진혼무에 대한 평가 등을 전해 들으며 이번 4·3 추모제를 통해 제주 4월을 상징하는 정서가 ‘한(恨)에서 해원과 상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4월을 떠나보내며 새로운 문화를 일구는데 각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앙지원팀을 비롯해 행사관계자와 도민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오는 특별한 4월을 기대하여 본다.<김기원 제주도립예술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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