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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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클라라 슈만’이라는 책을 읽고서였다.

‘클라라’의 전기에는 놀랄 만큼 산책에 대한 얘기가 많다. 피아니스트로서 커온 ‘클라라’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책을 했다. 어른의 걸음을 쫓아가려는 필사적인 모습을 그녀의 아버지는 일기장에 적고 있다.

산책하는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밴 그녀는 다른 나라로 연주여행을 가도, 슈만과 결혼을 한 뒤에도, 매일 산책을 했다고 한다. 피아노 연습과 같이.

남편과의 대화도 산책을 이용하고, 명상에 빠질 때는 혼자서 걷고, 연인이라고 소문난 ‘브람스’와도 산책을 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마치 중독된 것처럼 생애에 걸쳐 산책을 빼놓은 적이 없었다.

어쩌면 당시는 주위의 자연도 거리의 경치도 아름다워서 산책의 즐거움은 각별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산책 그 자체가 사람끼리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또 창조력과 사고력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도 산책에 나섰다. 한 달 두 달 계속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언제나 더부룩하던 위가 산뜻해졌다. 어깨결림도 덜해진 느낌이다.

봄에는 쏟아질듯이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수목원에는.

가장 기분이 좋은 건 새벽의 수목원이다. 아직 누구도 마시지 않은 산소가 가득한 느낌, 물체의 윤곽이 뚜렷하고 차가울 정도의 산뜻함, 더 없이 좋다.

새벽 산책을 못갔을 때에는 낮을 간다. 산책을 하다 벤치에 앉아 책도 읽는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것은 ‘마리린 워레스’의 ‘한탄의 비(雨)’라는 추리소설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찻집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산책하면서 하늘의 높이를 알았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릴 들었다. 계절의 바뀜을 알았다.

늘 무심코 보고 있었던 게 사랑으로 느껴졌다.

<김가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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