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사랑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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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덕 제주대강사
‘이주노동자’, ‘불법이주노동자’, ‘불법이민자’, ‘결혼이주여성’, ‘결혼이민자’, ‘국제결혼가정’ 등 혼란스런 말들이 많이 통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시안’(Korean+Asian:한국과 아시아계 2세), ‘혼혈’, ‘코시안가정’, ‘다인종 다문화가정’ 등 사회학 분야에서나 들음직한 용어들이 일상에 파고들어 있다.

특히 미식축구선수인 하인즈워드가 혼열아로 밝혀지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위에 언급한 단어들이 일상에서 주목받는 이슈로 등장하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0부터 2004년까지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은 약 26,000명이고, 이 중에서 농촌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2만명 내외로 보고되었다.

농촌마을에 답사 갔을 때 일이다.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젊은 여성이 경어법을 쓰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다가가 물어 보았다. 그녀는 외국인이라 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근처가 고향이라고 하며, 자기나라 과일이 아주 맛있다는 자랑도 했다. 그 곳에서 수박을 먹고 있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녀의 나라를 조금 안다는 말 정도였다. 그래도 그녀는 아주 좋아했다. 자신의 나라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고마웠던 것이다.

결혼할 때 ‘통혼권’이란 말이 있다. 결혼 당사자 집안의 거주지가 가까운가 먼가 등이 혼인 성사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다. 이는 문화가 다른 낯선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고 두려웠기 때문이라 본다. 통혼권이 제주도라도 고민했고, 한국 내라면 부모들이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결혼이 자유로워지면서 인식이 변하기는 했지만 지금 한국의 농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결혼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넘어야 할 벽은 우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맞이하는 배우자는 그렇다 치고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그들의 적응을 도와줄까? 결혼하면 새댁에게 무조건적인 적응을 요구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국여성에게 관대할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결혼이주여성의 국가와 문화와 위치를 빨리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은 변함없는 진리라 치자. 그러나 진리도 약간의 실수를 인정한다면 사랑 하나로 국경을 넘는 이민족간의 결혼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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