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제주포럼] 혼란의 시기, 공직은 본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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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은 제갈공명이 군령을 어긴 마속을 울면서 참했다는 고사이다.

법과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사사로운 정을 끊었으면서도 뒤에서는 그를 아낀 군신끼리 비탄의 눈물을 흘렸다는 역사적 전언이다.

하지만 읍참마속은 우리의 역사, 관창의 아버지 품일장군에 비하면 그 치열함과 비방함에 있어 훨씬 못미친다는 생각이다.

황산벌 전투에서 품일은 말 안장에 목이 잘려 매달려온 아들의 머리를 잡고 ‘나라를 위해 죽을 줄 알았으니 후회할 것 없다’고 말하며 피눈물 섞인 속내를 달랬다.

비록 이웃한 중국과 우리의 고사를 비견한 얘기이긴 하나 아버지로서의 애끓는 부정(父情 )과 헌신하는 장군의 사명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공직자는 흔히 공복이라 불린다.

다시 말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이라는 것이다.

부정과 부패, 비리와 불법, 도적적 해이 등 암적 세포들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더라도 흔들리면 절대 안되는 존재이다.

제주특별자치도호(號) 초대 선장인 김태환 지사가 얼마 전 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과 마찬가지인 당선무효형으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같은 판결로 공직이든, 시민단체든, 도민사회든 김 도정 앞날이 험난할 것이라는 속단이 오고가는 것은 누구든 부인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반의 상황이 촘촘히 기억난다. 골프장, 화약고, 도축장, 차고지 등 무슨 무슨 현안을 둘러싼 집단민원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행정과 의회, 경찰, 지역주민 모두가 머리를 맞댄 노력의 결과, 상생의 결론을 도출해냈었다.

작금의 제주의 현실은 한미FTA 타결에 따른 1차산업의 붕괴 위기와 제주해군기지 유치에 따른 주민 갈등, 특별자치도의 정상 추진 여부 등 현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시대적 상황이라 치부하고 싶지만 대부분 국가적 사안이라 이렇다할 해법이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냉철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미FTA 문제는 정부가 우리의 절대산업인 감귤을 쌀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고 호언한 만큼 이를 다시 한번 부각시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통해 낱낱이 검증해야 한다.

해군기지 역시 그동안 토론회와 공청회, 다자간 협의체회의 등을 통해 논쟁과 토론을 반복하며 그 당위성을 검증해 왔다.

내도한 국방부장관의 일방적인 ‘해군기지 강행’이라는 수식어를 차단 또는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주도민 유권자 0.36%의 설문결과로 판가름내려는 제주도정의 단견이 적절한지에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역민의 첨예한 갈등을 부추기는 민감한 현안을 단순 수치로 해결하려는 제주도정의 의도가 도민사회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아우르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군기지 강행 또는 한미FTA 타결을 억울해하며 절규 맺힌 집단시위를 벌이는 지역주민들과 법테두리 안에서 불법행위를 차단하려는 경찰인력 모두가 우리 식구들이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희생정신과 책임감, 냉철한 프로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법과 원칙, 정도를 지키는 데 매진해야한다는 충언이다.

어느 한 공무원이 읊조렸다.

평생을 공직자인 줄 혼동하는 분도 있으나 인생은 길고 공직은 유한한 것이라고.

즉 공직에 있을 때 지역민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주어진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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