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물질에서 황홀한 보석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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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알루미늄은 가볍고 잘 부식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금속 중에 철 다음으로 많이 생산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알루미늄과 이의 합금들은 항공기·건물·자동차 등의 구조 재료, 주방기구, 기계 부품, 특수 화학설비와 화학물질 저장 탱크, 가구 및 지붕 재료, 전기 및 전자 기기, 전선, 각종 음료수 용기 등으로 널리 이용된다. 또한 빛, 특히 열선인 적외선에 대한 반사율이 높아 열 반사체로도 사용된다.

 

가정에서 알루미늄 포일(foil)은 음식을 포장∙요리∙보관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감자를 알루미늄 포일에 둘둘 말아 숯불에 구워 먹으면 식감이 훨씬 좋아진다. 포일에 싸서 감자를 구우면 그냥 구울 때보다 수분이 적당히 보존되므로 퍽퍽하지 않고, 더 감칠맛 나는 음식물로 다가온다.

 

이처럼 일상에서 호흡하는 알루미늄은 보석의 바탕이 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파이어, 루비, 오팔(opal), 자수정 같은 값비싼 보석에 매료돼 이것들을 소유하길 갈망했다. 사파이어 혹은 루비는 불순물이 미량 함유되어 있는 산화알루미늄의 장난의 산물이다.

 

루비는 색이 다양하다. 이것은 대부분 빨간색이지만 갈색, 보라색, 분홍색을 뽐내기도 한다. 이의 가격은 항상 색에 의해 좌우되며, 암적색(pigeon blood)과 닮은 진한 빨간색을 띤 것이 가장 고가이다.

 

루비의 빨간색은 알루미늄(Al)과 크로뮴(Cr)이온의 반지름이 비슷해 산화알루미늄(Al2O3)의 Al3+ 이온 중의 일부가 Cr3+ 이온으로 치환돼 생긴 결과이다. 이처럼 주기율표상 100여 가지 원소들의 장난에 의해 동·식물을 비롯한 우주 구성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고가의 루비는 투명하다. 그러나 간혹 어떤 것들은 아주 작은 바늘 같은 산화타이타늄이 내포돼 있어 루비를 약간 흐리게 만든다. 사실상 루비가 전혀 흐리지 않은 것은 합성석일 가능성도 있다.
합성루비는 산화알루미늄과 플루오린화 바륨(BaF2)을 크로뮴 화합물과 함께 용융시키는 과정에 의해 얻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합성된 것은 CD 혹은 DVD 플레이어의 상업용 레이저에도 이용된다.

 

사파이어도 파란색을 띠게 하는 불순물을 포함한 산화알루미늄이다. 이것도 루비처럼 합성할 수 있으며 보석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과학자의 손길과 호흡이 스쳐 가면 더 찬란하면서도 실용적인 보석이 탄생할 것이다.

 

이 보석의 파란색은 철과 타이타늄 같은 원소가 미량 내포됨으로써 발하는 고운 색이다. 이것은 철과 타이타늄이 Fe2+와 Ti4+ 이온으로 존재할 때 나타나는 멋진 진한 파란색이다.

 

오팔과 자수정이라는 보석은 모래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산화규소는 바닷가나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의 주성분이다. 비정체(amorphous body)인 오팔은 이산화규소에 물이 최대 20%까지 포함돼 있는 보석이다.

 

오팔(SiO2·nH2O)은 물의 함량 혹은 불순물, 그리고 물이 포함된 작은 공간의 밀도와 크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색상을 뽐내는 보석이다. 황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이의 색깔이 바뀌는 것은 물이 포함된 작은 구모양의 공간에서 빛의 회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셰익스피어조차도 ‘보석의 여왕’이라고 찬양할 정도로 미의 상징으로 대접받고 있다.

 

자수정은 보라색을 띤 수정이며, 이산화규소에 불순물로 산화철이 포함된 결과이다. 산화철이 많이 포함될수록 진한 색을 띠며, 이 보석은 성실·평화·진실을 상징하는 2월의 탄생석으로 귀히 여긴다.

 

인간들이 소유하길 갈망하는 찬란한 색의 보석들도 평범한 물질에 미량의 불순물의 거동에 의해 탄생한 생성물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도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운 보석을 성장시켜 맛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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